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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 여진구에게 빠진 이유

트럭처럼 돌진하는 미자 여진구

by 바다

화이는 내 최애 영화다. 정말 최애. 마이 라이프 베스트 영화. 왜 베스트냐, 일단 나는 액션을 좋아한다. 근데 거기에 폭발하는 여진구의 연기력과 함께 하는 액션?


그건 이제 껌벅 넘어가는 거다.


달려. 진구 오빠! 하면서 여진구 모는 트럭에 같이 타가지고 아주 흥미진진하게 아빠들의 감정선을 보는 거다. 아빠들도 참 다양하다. 캐릭터 확실한 아빠들이 여진구랑 다 다르게 라포 형성된 것도 재밌고. 그게 흔들리는 건 더 재밌고.


그래도 화이가 날 매료시킨 건 역시 휘몰아치는 여진구 배우의 연기력이다.


폭발한다. 폭발.


폭발. 그 자체. 그렇다고 혼자 튀지는 않는다. 워낙 쟁쟁한 배우들이 아빠다 보니까 다 잘 맞는다. 와 근데 여진구 배우가 보여주는 불안, 분노, 그리고 두려움. 그게 참 치열하고 무섭고 마음 아프다.


잘못했어요, 아버지 대사에서 진짜...힘 없이 덜덜 떨면서 바로 비는 그 장면은 정말...

여느 슬픈 장면과 달랐다.


일단 안 슬펐다. 그냥 학대 트라우마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그 순종이 학습받은 그 느낌이 정말 '무력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잘못했다고 비는 건 진심인데 잘못한 건 진심이 아니다. 약간 스키너 박스에 들어있는 쥐 같은 느낌인 거다. 힘껏 버튼을 누르지만 정작 그 행동이 춤 추는 것처럼 보인다는 건 알지 못하는 것. 그냥 길들여진 느낌.


근데 그게 인간한테서 보여진다는 게 놀람 포인트.

그걸 보여주는 연기력이 (나이를 제외해도) 놀람 포인트2


이제 아버지의 뒤틀린 부성애도 좀 소름돋았지만 그 뒤에 바로 쏴버리는 화이도 정말 놀라웠다.


감정이 휘몰아치는데 (그야 여진구 배우의 연기가 휘몰아치니까) 액션도 같이 휘몰아치고. 그러면서 캐릭터들은 다 살아있고.


사건 촘촘하지, 캐릭터 촘촘하지. 액션 훌륭하지. 아빠들 감정변화나 화이와의 관계변화도 확실하지.


난 그냥 넋 놓고 보면서 '여진구 미쳤다'만 외치면 되는 거였다.

하나도 안 아쉬웠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 부분에서 아버지들 마다 각자 나무로 그림 그려지는 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게 진짜 슬펐다.

왜냐면 화이가 다 죽였는데 화이랑 아버지들의 애정 관계는 실제였단 말이다 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너무 다 다르지만 진심으로 화이는 아버지라고 생각했고 그들도 다 이상하지만 그들의 방식으로 아버지가 되었는데 ㅠㅠㅠㅠ그게 참 잘 드러나는 그림이었다.


총이 주렁주렁 달린 아버지 나무라던가, 카드랑 칩이 꽂힌 아버지 나무라던가 ㅜㅜㅜ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공부를 하자면, 참 흔하지 않은 설정으로 (킬러 조직 속 아이; 아닌가? 흔한가? 8번 방의 선물...?) 흔하지 않게 관계를 깊게 만든 것 같다. 아닌가? 흔한가? (자꾸 의심하게 되네)


깊은 관계는 사실 차별성이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흔하지도 않고 정석이라면 정석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폭발해도 되는 주인공의 자리인 화이에서 여진구 배우가 정말 폭발해주었다는 것. 글로 보여지는 캐릭터의 표현을 뛰어넘은 3D인간이 있어서 참 좋았다. 사실 글을 뛰어넘는 연기는 처음 봤다. (화이 속 여진구 배우 진짜 대박인 이유다)


글은 누구에게나 답을 준다. 왜냐면 그 사람의 머리속에서 이미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근데 내 머리를 뛰어넘는 연기였다.


여진구 배우는 답을 가지고 있었다. 정해진 답이 아니어서 진실된 답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빠 배우들도 다 매력적으로 개성있게 다 잘 해주셨던 것 같다.

엄마 배우는 그냥 눈물 버튼이라서 뭔가 더 입체적으로 표현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뭐, 이 정도의 절제가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감독님이 아시겠지, 뭐.


아. 참 신기하게도 다 죽이는 영화에서 '부자 관계'가 키워드인 게 참 신기하다.

이것만큼 흔한 게 없는데 말이다. 부자관계만큼 흔한 게 없는데. 이걸 안 흔하게 만들다니?


킬러 속 아이도 흔하고

깊은 관계도 흔하고

부정도 흔한데


왜 안 흔하지? 왜 이렇게 다르지?

흠.


으으으음. 일단 저 키워드들이 다 포함하고 있는 '따뜻한 분위기'의 배경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키워드는 저런데 배경이 완전 반대인 거다. (그렇다고 하드 보일드는 아니고 그냥 배경만 반대인 것 같다.)


깊은 관계에서도 다 하나씩 나사가 빠져서 비틀려있다. 근데 또 화이만 정상인이야.

이것도 대비가 되고.


부정은. 음. 부정이라. 정말 사랑한다면 죽이려고 쫓아가면 안 된다. 죽이려고 화이가 온다면 울면서 죽이라고 하는 게 일단 내가 생각하는 부정인데 그것도 아니다. 뭔가. 음. 뭘 놓치고 있는 거지.


원래 비틀린 관계에서 더 앞질러 가버리는 (브레이크를 못 밟는 트럭 느낌의) 캐릭터성인 것 같다. 부정이라면 '큰 깨달음'이나 '후회'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캐릭터들이 원래 악인 느낌 그대로 가는 거다.


아, 그래. 변화가 없다. 터닝포인트가 없다. 결국 화이의 복수다. 아, 맞아. 보통 따뜻한 영화들은 터닝포인트가 있지. 부정도 차가웠던 아빠가 뭔가 깨닫고 변해야 한다. 근데 화이는 그렇지 않다.

결국 원래 것들이랑 좀 다르긴 하구나.


그리고 좀 중요한 건데 잊고 있던 게 '괴물'의 상징성이다.

아빠들이 다 괴물인데 너도 괴물이지. 이게 아마 포스터 카피문구였을 것이다. 괴물의 상징성도 재밌었다. 별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게 있어서 더 관계가 매력적이었다.


결국 화이 영화는 캐릭터의 변주는 없고 뭐 표현 방식의 변주도 없지만.

소재와 배경이 반대되고

캐릭터의 깊이와 관계들에서 대비되는 관계가 있고 (한 명만 정상인이라거나, 혹은, 다들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거나. 하나만 빠져있는 게 중요함)

무드 속 불문율로 사용되던 서사를 비틀어버린다.

그리고 상징성을 추가한다. (정말 뜬금 없어보이지만 결국 이 새로운 이야기를 관통하는 상징을)


화이 재밌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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