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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내가 쓴 시들

그때의 감정을 써보았다

by 바다

답이 없어보이지만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경우의 수란 어쨌든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유한하고

그건 내 상상력보다 무조건 작으니까


가는 길이 있으면 오는 길이 있고

지도가 있으면 가는 길이 있고

문제가 있으면 답이 있는 법


길이 있으면 사람이 다니고

설명서가 있으면 완성이 되고

시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끝나는 사람이 있는 법


단순한 규칙들이 뒤섞여 무한의 값을 만들어 낼 뿐

각자는 단순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그들은 유한하다

무한이란 나의 상상력일 뿐


차분히 뜯어보면

결국 답은 그 자리에

움직이지도 않은 채로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

다시


둘이 같이 갔던 길을 혼자 간다

혼자가 되었다고 슬퍼할 일 없다

그가 채웠던 내 옆에 거리의 사람들이 지나간다

한 명의 온기는 여러 명의 온기로 채워지고

그 사람의 웃음은 여러 명의 웃음으로 번진다


혼자서는 영 홀로 떨어진 섬 같더니

다시보니 여기는 다도해

섬들이 모여있다


당신이 없는 나는 온전하다

나는 당신이 없어서 더 많은 걸 보고 있다


그러나 훗날 누군가가 내 옆으로 온다면

그를 위해 기꺼이 섬을 잠그리

그만을 바라보리

***

알고 있던


알고 있어서 더 긴장할 때가 있다

잘 가던 무리에서 나 혼자 뒤를 돌고 있을까봐


똑같은 사람들 속에 행인1이 되지 못하면

모두가 날 쳐다볼 것만 같은 두려움이다


실상 그들은 그저 지나쳐 갈텐데도

내 눈을 흐리게 하는 두려움이다


눈을 바로 뜨자


우리는 모두 다르다

무리라는 건 없다

나는 나의 실수를 그는 그의 실수를 한다


그들은 자기 길을 찾느라 여념이고

지금 내야 할 건

조용히 지도를 보고 숨을 고르는 일


알던 것을 다시 되돌아보는 일

길을 찾는 일이다

***



처음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다

처음을 넘어 익숙해지기 전까지

설렘과 두려움이 있다


내 처음들에는 두려움이 더 많다

그렇지만 많은 처음들을 넘어 이제는 안다

이 두려움도 결국은 익숙해지고

종국에는 마치 당연한 일이 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오늘도 나를 안심시킨다

이것도 잠시뿐이다

결국 되풀이하다보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p.s.


다 서울에서 길 찾으면서 쓴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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