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이 아닌 법정에서의 3시간
*스포 포함.
초반부터 나오는 섹스 장면. 그리고 후반의 조사실에서 가상의 섹스장면. 벌거벗은 오펜하이머가 조사실에 앉아 있을 때, 그를 '발가벗은 채로' 보았다.
영화 제목부터 그의 이름인 것 만큼 그 장면들은 그라는 사람을 발가벗겼다. 이렇듯 현실과 비현실이 섞인 장면이 또 있는데 핵폭발 장면이다. 영화의 사운드는 공격적으로 크다. 핵폭탄의 잔혹함을 사운드로라도 알아야 한다는 약간의 죄책감에 처음부터 각오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중반부에서 귀를 막을 수 밖에 없었다.
영화는 보는 내내 힘들었다. 젠틀하게 말로 주고 받는 조사실의 상황은 숨막혔다. 환호성 가득한 핵폭탄 성공 후의 일들은 날 더 침울하게 했다.
아주 조금 기뻤던 건 후반에 퀸에 관한 영화에 주인공을 했던 배우가 나와서 로다주의 만행을 알렸을 때였다. 그러나 그것도 곧 기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가 동시대에 존재했다는 건 신기했다. 그가 나라를 떠나왔다는 것도, 천재의 말로가 둘 다 불행했다는 것도 몰랐기에 배로 힘들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3시간 동안 혼나는 기분이었고.
내내 시나리오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아마 그건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시점 전환 때문일 거다.
영화는 친절했으나 (아니. 시나리오는 친절했으나)
사운드와 비주얼은 (정확히 조사실에서의 가상 섹스 장면과 오펜하이머의 환각으로 보이는 핵폭발 장면들)
처참히 날 뒤흔들었다.
보고 나서 힘들었다는 말만 계속했다. 그래봤자 남의 감정인데 이렇게 힘들어해도 되는 걸까 싶다.
하지만 확실한 건 모두가 오펜하이머를 보러 갈 것 같다.
흥행은 따놓은 당상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