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심리학과 다니기 04

새로운 웹소설을 구상하면서

by 바다

홍콩에서 심리학과 다니기 04

그리고 새로운 웹소설 구상 중

현재 기말고사라고 저번에 말했었다. 상당히 내 골머리를 썩이던 공부는 한 동영상을 보고 나서 아주 수월해졌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자기혐오들 후에 나는나를 더 이상 욕하지 않는 법을 배웠기에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자비로움까지 생겼다. 계속 생각하던 고민도 결국 차근차근 해나가면 되는 법이라는 것도배웠다.

어제 룸메 언니가 갑자기 열이 났다. 의대생인 룸메 언니는 최강 인싸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인싸 중에 인싸다. 당신이 알고 있는 인싸의 정의보다 더높은 다른 차원의 외향성 천재다. 말이 상당히 가벼워지는데 그 이유는 언니의 인싸력을 눈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한이 맺혀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언니는 의대생이고 굉장히 바쁘다. 공부 때문에 바쁜 건 기본값이고 사교활동이 아주 많다. 6시에 일어나서 5시만 집으로 뽀로로 돌아와서 밥 해먹는 나와 달리 그녀는 밤 11시 혹은 10시에 기숙사로 들어온다. 언니, 오늘 뭐했어? 하고 물어보면, 어디 축하파티에 갔다고 하는데 전 보건총장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하거나. 아니면 어디 회의에 참여했는데 알고보니까 내 옆에서 유유히 자려고 하는 저 여성이 학생대표로 일했다고 하지 않나. 의대에서 어떤 직책을 맡고있다고 하거나 등등. 저 여성의 말은 너무나 겸손해서 가끔 나는 "음.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저건 다 일어나는 일이야." 라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그리고 이 여성은 굉장히 실행력이 좋고 엠비티아이 E 중에서도 파워E라서 아주 밝다. 그 덕분에 룸메 언니를 따라서 간 합창단 연습에서 즉흥적으로 오디션을 따오기도 했다. 결과는 좋았다. 기숙사 점수를 따서 다음에도 기숙사에 붙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 이렇게 나의 아주 친한 룸메 언니는 오늘 한국에 갔다.

여기서 서프라이즈.

언니는 한국인이 아니다. 한국인인 나도 아직 안 간 한국을 왜 언니가 갔는가?

홍콩인인 언니는 시험을 봤고 그 뒤에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했단다. 그 후보가 일본과 한국이었는데 결국 한국으로 간다고 했다. 어젯밤에 아팠던언니가 너무나 걱정이 되어서 밤 중에 물 떠다주고 괜찮냐고 물어봤었다. 내가 잘 때면 아직 안 자고, 일어나도 아직 깨어있는 그 워커홀릭 룸메가 쌔근쌔근점심에 집에 와서 다음날 3시까지 자는 걸 봤다. 정말 마음이 평화로웠다.

드디어 내 인생에서 저 언니가 곤하게 자는 걸 보는구나. 제발 평소에도 저렇게 잤으면 좋겠다.

언니는 잠깐씩 일어났고 깨어있던 나는 are you feeling better? are you okay? 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언니는 yup, I still have a headache but it is getting better. 그러고는 다시 잤다. 얼마나 귀엽고 웃겼는지 모른다. 누가 의대생 아니랄까봐 지금의 증상들을 주루룩 혼자 말하고는 다시 누우면서 하는말이 continue였다. 다시 잔다. "계속 해야겠어." 이 말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잠이 효과가 있다는 걸 알고 언니는 한 다섯 번 컨티뉴를 외쳤다.

정말정말 귀여운 나의 룸메. 그 언니가 오늘 나갔다. 언니 없이 나는 잘 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 여기까지가 홍콩 일기였고 글일기를 써보자.

오늘 아침 일찍 원래 쓰려고 하지 않은 문피아 일반연재 승급용 글을 썼다. 사실 온전히 승급용 글은 아니고 쓰고 싶어서 쓴 글이었다. 그런데 이제 한 우물만파자고 다짐을 했기 때문에 마음에 찔리는, 그런 글. 그걸 3화를 썼다.

그리고 이제 현재 투고 준비하는 웹소설이 완결이 언제쯤 날지 달력을 만들어서 계산했다. 그랬더니 6월 17일이면 끝날 것 같다. 뭐든 언제 끝이 날지 알고시작해야 이게 더 막막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서 계산했는데 살짝 부담감도 든다. 그때까지 다 끝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이걸 설명을 해야 그 다음 나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는데, 이미 다 끝난 환승연애를 정말 늦은 뒷북을 치며 보고 있다. 심지어 다 보는 것도 아니고, 나언 씨가너무너무너무 똑똑하게 말을 하셔서 스며들었다가 해은현규 커플을 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 안에 연애세포가 아주 생생히 살아나버렸다. 그래서 로맨스를 쓰고 싶어졌다.

근데 오늘 꽤나 우울했던 터라 그냥 밝은 연애 이야기 말고 슬픔 속 희망을 그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병원 투병 로맨스를 쓰고 싶다. 현판은 블로그 글을 보고이렇게 저렇게 플롯을 잡고 썼다면, 이번에는 웹소설 작가 브이로그 영상을 보고 처음부터 따라가고 있다. 현재 자료조사를 위해 Five feet apart라는 영화를 보고 있는데 정말 너무 좋고 너무 슬프다. 슬픈 영화 딱 싫어하는 내가 슬픈 걸 찾는 건 현실을 조금 잊고 싶어서인 것 같다.

하루를 잘 살다보면 내가 보고 싶어서 쓰는 이 로맨스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것도 10화 쓰면 투고로 보내야지. 할 일도 늘어나고 기대도 늘어나지만 부담감도 늘어난다. 그래서 글을 쓸 생각이 난 순간 그 후에 바로 우울해져버렸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패배감. 그 감정이 날 완전 눌렀다.

그러고나니까 샤워하는 것도, 몸을 수건으로 닦는 것도 어려웠다. 일단 몸은 닦자 하면서 날 몰아서 샤워장에서 나왔다. 바로 잘까? 했지만 어찌저찌 컴퓨터를 열었다. 그리고 된 상태가 지금이다. 원래라면 아직 30% 남은 오늘 일정을 해야 하지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 글을 쓰고 있다. 특히,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보여주는 이 수필을.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움직이는 게 더 필요할지 모르겠다. 결과를 기대하기 보다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럴 수 있겠지. 공부도 정말 어려웠는데 지금은 수월해졌으니까.

약간 또 공부이야기를 꺼내보자면, 심리학과라는 과에 대한 미래가 불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안다. 모든 과의 미래가 불확실하다. 확실한 미래를 보장해주는 과는 없다. 이 말에 반박할 사람은 우리 아버지한테 반박하시길. 생각해보면 걱정을 떠안고 살 줄 아는 나는 모든 근심들을 이미 학교 오기 전에 아버지와 이야기를 했다. 그때 들었던 말이, 미래는 다 불확실하다 였다. 다 취업 잘 안 된다. 정말 심심한 위로가 된다. 모두가 불행하다는 것이이렇게 위로가 되는 것도 이상한 노릇이다. 나만 불행한 것과 모두가 불행하다는 것. 행복이 상대적인 것이 되면 안 된다. 나는 비교하지 않고 행복하고 싶은데 말이다.

내 취업도, 심리학과의 미래도 비교하지 않고 내 행복의 기준을 찾아야지! 하나님을 믿으면서 참 말로 많이 들었던 것이 오늘은 내 마음 깊이 들어왔다. 하나님이 나를 책임지신다. 내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셨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 웹소설 부분 말고도 심리학과에 관해서도 앞으로 해야할 것을찾아보고 싶다. 다들 심리학과 졸업해서 치료하는 직업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시려나?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일단 생각나는 건, 전에 봐두었던 정신건강자격증이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였고 많이 고민하다가 결국 안 했던 것. 그걸 다음 기회에 해봐야겠다.

그리고 다음 학기에 광둥어 수업, 상담 수업, 뇌과학 수업을 들어야겠다. Cognitive science 보다 뇌과학이 개인적으로 더 좋은 것 같다. 아무튼, 내 앞길은전세계로 열려있으니까 잘 알아봐야겠다. 이 넓은 세계에서 내가 원하는 치료심리학 계통의 직업이 하나는 있겠지. 그리고,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이 하나님의완벽한 계획임을 믿는다. 지금 해야하는 것들을 두려움 없이 해내가길! 바다 화이팅!

이전 03화홍콩에서 심리학과 다니기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