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 Aug 24. 2023

2. 제주도, 도두항 드라이브한 날 (완)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언니가 운전하는 차는 시도때도 없이 멈췄다. 


"저기. 예쁘지?"


바로 멈춰서 사진 찍고 다시 출발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열 몇 개가 넘는다. 조금 보이는 제주도의 하늘을 보며 기분이 환기가 되었다. 바람이 불고 여기는 제주도다. 조금은 여행처럼 느껴졌다. 


특히나 그냥 들어간 도두항 앞은 예술이었다. 벽화랑 바닥에 조명들이 참 예뻤다. 폭죽을 터뜨리고 있는 삼촌과 아기들. 아장아장 빛 속에서 노는 아기. 회색 방파제가 가득 쌓인 바다 앞까지 올라가 물결을 구경했다. 난 조용히 생각했다. 저 밤바다의 반짝거리는 물결을 보면서, 제주바다는 좀 다르구나. 홍콩에서 1년을 살았고 기숙사 앞은 부둣가다. 거기서 바다를 얼마나 봤는지 모른다. 우울할 때도 좋을 때도 슬플 때도 젤리처럼 넘실거리는 바다를 봤다. 


내 옆에는 친구가 있었고 없을 때도 있었고. 음료수캔 하나 들고. 아니면 스시 테이크아웃을 들고. 만두를 들고. 저녁을 먹으며 바다에 많이 왔었다. 저녁 먹고도 많이 왔다. 그냥 바다를 많이 보러 갔다. 


이제 나한테 바다는 신비롭지 않다. 그리고 할머니집이 섬이라 바다는 집 앞에도 있었다. 그래서 바다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여담이지만 내 필명을 바다라고 지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도 도두항의 바다는 좀 달랐다. 더 아기자기하고 푸르다. 


놀랐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길치의 새가슴은 오늘도 +1 강화되는 중. 




매거진의 이전글 2. 제주도, 카드가 막힐 때 비행기표 사는 법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