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작가 자의식 생성기
계속 머릿속에 글 생각이 가득 찬다. 그런데 어제는 그렇지 않았다. 왜냐면 작업실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책상과 의자. 그 공간을 작업실이라고 칭했다. 내 글 작업실. 그걸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이제 머릿속을 글로 가득 채우지 않아도 난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글을 쓸 거다. 왜냐면 저기 작업실이 있으니까.
19. 난 날 작가로 생각하고 있나?
언제 사람은 작가가 될까?
문단에 등단을 하면 된다.
책이 나오면 된다.
고료를 받으면 된다.
계약을 하면 된다.
아니. 매일 글을 쓰면 작가다.
작가는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만에 신작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에 없어서 보지 못한 게 아쉽다. 그는 매일 글을 썼겠지? 안 썼다고 내가 뭐라고 그에게 작가가 아니라고 하겠냐만은.)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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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에 등단을 하면 된다.
책이 나오면 된다.
고료를 받으면 된다.
계약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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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하나도 해당 안 되는 사람이지만 호기롭게 이런 말을 해본다.
매일 글을 쓰면 작가다.
작가는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난 날 작가로 생각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내 안의 작가는 불안해했다. 얘가 내일 글을 안 쓴다고 할까봐. 그래서 자신이 사라질까봐. 그래서 자꾸 내 머릿속을 글로 채운 것이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건 굉장히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신나는 일이었지만, 일상생활에 자꾸 몽상이 끼어들었다. 아주 혼란스럽게.
내가 날 믿어야 한다고 다들 말하지만 그건 굉장히 어렵다. 그리고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왜냐면 말은 거짓으로 하기 아주 쉬우니까. 뭔가 필요하다. 존재하는 실체를 앞에 두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마치 작년에도 쓴 같은 모양의 내 기숙사 책상과 의자를 '작업실'이라고 칭하는 것만으로 모든 게 달라진 것처럼.
생활용품으로 가득했던 찬장을 비우고 진짜 작업실 찬장이라고 생각하고 물건을 두었다. 자꾸 일상과 작업실이 섞이길래 그것도 구분시켜서 1층 책상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았다. 작업실 서랍도 따로 구분했다. 거기에는 티백이 놓여 있다.
작업실 이름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름을 적은 명패도 두었다. 작업실을 꾸밀 생각인데 그건 이번주 토요일 아티스트 데이트 때 하려고 한다. 어떻게 꾸밀지, 어떤 명언을 적어둘지. 포스터도 사서 붙일지 이런 걸 구상할 거다.
(최신식 2023년 8월 버전의 나는 이만큼 발전했다. AI보다 빠른 인간의 성능 같으니라고. 뿌듯하구만.)
(요즘 AI를 SF 소재로 생각하고 있어서 자꾸 AI를 말버릇처럼 쓰는 것 같다.)
결론: 난 나를 작가로 생각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면 물건을 사서, 아니면 공간을 정해서 '작업실'로 만드는 건 어떨까? 내가 생각하고 있지 않던 내 안의 진짜 작가는 (당신은 작가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안도해서 이제 당신을 짜증나게 만들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