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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Dec 08. 2022

나와 연애하기 04

애인과 집데이트 [바다 수필집 05]

나와 연애하기 04 

#애인과 집데이트


집데이트라는 글을 쓰면서 집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하면. 이걸 읽고 있는 불특정 다수인 여러분은 날 비웃을까?


일단 내가 독자라면 비웃을 것 같다. 경험 없이 나와 연애를 하려고 하는 나도 웃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뜬금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지 않나. 연애 안 하고는 버틸 수 없는 겨울이 오고 있잖나. 그러면 어쩌겠는가. 해야지, 나랑 연애.


내게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의 생일이고 아주 기쁜 날이다. 그렇지만, 교회에도 간간히 보이는 예쁜 커플과 신혼 부부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누군가와 저렇게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쯤 되서 이 말을 한 번 해야 한다. 이 시리즈에는 꼭 쓰는 이 말.


아차차. 내가 나의 연인이었지.


오늘의 주제를 시작해보자. 애인과의 집데이트. 


집데이트란 무엇인가. 일단 나조차도 경험이 없으니 지금까지 본 미디어에서의 집데이트를 생각해보자. 연인끼리 집에 있는 것이 그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아니라면, 나보다 더 능숙한 다른 분이 알려주시길.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았을 때 누가 제대로 정의를 알고 데이트를 하겠는가. 다 미숙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처음이 있는 것이지. 당연하지 않는가? 그래. 이렇게 막무가내로 비논리적인 걸 논리적이게 말하는 재능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독자들에게 그냥 이해시켜버리기에 아주 적합하다. 


나에게 집데이트는 그냥 집에서 편하게 애인과 함께 있는 것 같다. 불안한 마음이나 우울한 생각들은 전혀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 서로과 함께 체온을 맞대고 밖에서보다 더 가까이 붙어있는 것. 그게 집데이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 혼자서도 그럴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나는 정말 최악의 쌀쌀한 연인이었다. 나 스스로에게 아주 살을 맞대기는 커녕 쳐다도 보기 싫어하는 최악의 연인. 그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면, 따듯하게 나를 쳐다봐주기는 커녕 내가 숨기고 싶어하는 부분만 파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나를 예쁘게 봐주지 않고 이것만 고치자, 저것만 고치자 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그럴수록 나는 더 작아져만 갔다. 


하지만, 정말 내 한심한 모습이 사실이라고 해도 연인은 그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실제로 내 연인이 한심한 나를 보았을 때는 어떻게 할까. 머릿속에서 시물레이션을 돌려보고 현재의 내가 따라해봐야겠다. 


아마 내 연인은 다정한 사람일 것이다. 난 요즘 다정한 사람이 좋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나와 연애하기" 시리즈를 읽은 사람이란, 이제 내 가상 연인의 특성을 대충 알고 있겠지. 내 연인은 다정하고, 꿈이 있고, 날 챙겨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거기에 현실적인 면을 추가해야 한다. 나와 꿈을 향해 같이 가주는 시간도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나를 무시하지도, 한심해하지도, 싫어하지도, 버려두지도 않아야 한다. 


저 하지 말아야 하는 모든 것들을 내가 나에게 하고 있었다. 정말 나란 인간은 스스로에게 최악 중의 최악의 연인이었구나. 이렇게 보니까 객관적으로 판단이 선다. 아무튼, 가상의 연인은 내가 한심한 모습으로 늘어져 있을 때 다음과 같이 해줄 것이다. 


일단, 나에게 왜 그러냐고 묻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난 더 우울해질테니까. 이유를 아는 건 사실 꽤 도움이 되지만, 그 이유를 몰라서 내가 못하는 게 아니다. 그냥 이성적으로 움직일 수 없어서 그럴 때도 있다. 그러면 그 대신, 일단 내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 내가 울던지 말던지 혼자 자책하던지 말던지 다 상관없고 옆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사실 나도 뭐가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날 혼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혼자 두지 않았으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걸 안다. 그렇지만 날 혼자 두지 않았으면.

내 옆에 있어주었으면. 


그 소원 하나밖에 없다. 


이제 이 시리즈의 단골멘트를 해볼까.


그래. 내가 나의 연인이었지. 


나를 혼자 두지 않는 것은 사실 자신이 스스로의 연인일 때 가장 하기 힘든 일인 것 같다. 이미 함께 있는데 어떻게 떠날 수 있고 함께 있을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육체적 존재가 내게 주는 그 부산스러움을 원하는 것 같다. 나에게 너무 매몰되지 않는 것. 그 효과를 바라고 같이 있어달라고 하는 것 같다. 남의 존재를 원하는 이유가 그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생각없이 뭔가에 취하지 않게 해야 한다. 취한다는 건 술도 해당되지만, 유튜브도 해당된다. 생각을 하지 않고 몸이 움직이는 대로 하는 상태. 그게 나한테는 '취한다'의 정의인 것 같다.


아. 철학 수업 들었더니 무언가의 정의를 내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 평소에도 내 정의를 내리는 건 항상 하는 짓거리지만 이게 철학에서 중요한 과정이라는 걸 알고나서부터 이 짓을 경계하고 있다. 왜냐면 현재 철학수업이 너무 어려우니까. 그냥 유치하게 네가 싫으니가 네 머리카락이 보이는 것도 싫어! 하는 바이브이다. 


아무튼, 다시 돌아오자.


취하지 않게 하는 것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 않게 하는 것도 포함된다. 또 뭐가 이에 해당될까? 글을 생각없이 쓰는 것도 해당되나? 아니.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이건 취한다기보다 토해내는 것에 가깝다. 내 마음을 글로 적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 정신적인 숙취에 내가 휘말리지 않게 이렇게 해보자. 

내가 나의 연인이 되는 것이다. 내가 정신적으로 취하지 않게 해보자. 

생각, 유튜브에 취하지 않도록 그 행위를 피해보자. 

내가 나에게 매몰되지 않도록 스스로의 살아있음을 행동으로 잘 나타내보자. 

잘 씻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예수님의 생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시험을 더 보고 한국에 간다. 한국에서도 내가 나의 연인, 지금도 내가 나의 연인. 


나의 사랑스러운 연인이 되어 최악의 연인에서 개과천선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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