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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Dec 08. 2022

나와 연애하기03

애인의 꿈 [바다 수필집 04]

#2

애인의 꿈 

요새 느끼는 것인데 세상 사람들은 다 앞으로 나아간다.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든지 새로운 곳을 향해 다시 발을 움직인다.  

내가 목표라고 생각했던 작가라는 꿈을 이미 이룬 사람들도 다시 또다른 꿈을 꾼다. 그렇게 어디로 나아간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기분을 준다. 어쩌면 우리는다 같은 시작점에서 서로를 응원한다는 생각도 든다. 시작하는 사람들은 상쾌하고 시원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 기쁘다. 

그래서 내 애인이 만약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아주 많이 응원해주고 싶다. 그 사람의 꿈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이든 간에 일단 나는 조용히 귀 기울여 줄 것이다. 기대에 차서 조금은 오만한 사람이라면 귀엽게 볼 것이고, 주눅들어서 말을 돌리려 한다면 더 담담하게 웃어주겠지.  

애인이 내 꿈에 대해 들을 때는 당연하게 여겨주었으면 한다. 나도 나에게 확신이 별로 없으니까 그쪽이라도 내가 꿈에 닿을 거라는 걸 당연한 사실로 대해줬으면 좋겠다. 서로의 꿈을 이루는 지루한 시간들을 함께 하며 작업실을 같이 쓰면 좋겠다. 조용한 카페나 공간에서 밤 늦게 혹은 아침 일찍 서로를 만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하루의 해야 하는 일들이 시작되기 전에 특별한 꿈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주 사치스럽고 아주 소소한 둘과 꿈의 시간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나의 연인이 되기로 했으니까, 내 꿈을 당연하게 여겨주면서 작업실을 같이 가야겠다. 밤늦게나 아주 아침 일찍 말이다. 모든 일들을 마치고잠깐 짬을 내어 나와 함께 조용한 공간에 노트북 하나를 가지고 있어야겠다. 흰 페이지에 검은 글자들을 조금씩 타이핑하며 욕심 없는 소소한 즐거움만 가져야겠다. 꿈이라는 것,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그 속도에 비례하여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행복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알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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