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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Dec 13. 2022

일상을 편하게 사는 습관 리스트

복세편살 나부터 실천하자

1. 글 쓰고 반응 일부러 안 보기

2. 집착하는 SNS앱이 있다면 그냥 지우기. 생각보다 손에 안 닿으면 안 쓰게 된다.

3. 관심은 신경쓸 필요도, 기대할 필요도,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멘탈.

4. 누구나 할일을 미루기 때문에 내 게으름에 유난 떨어서 더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된다.

5. 하루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면, "왜?" 보다 "어떻게?"에 집중해서 분석하기. 무슨 행동, 환경 때문인지 확인하기. 내가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방법이 문제다.

6. 뇌 빼고 유튜브 보지 않으려면 유튜브를 볼 수 있는 노트북을 쓰지 않기. 아이패드로 공부하기. 

7. 아니면 팟캐스트를 틀어서 귀를 먼저 재밌게 해버리기. 하지만 손은 자유롭기 때문에 생산성은 유지됨.

8. 웹소설 퇴고는 진짜 남의 웹소설 읽듯이 읽을 수 있을 때 후다닥 다 읽고 해버리기. 집 오는 길, 지하철 탈 때 이럴 때.

9. 맞춤법 검사기는 초고 쓴 날에 돌리기.


물. 

비가 온다 툭 투욱 툭

빗줄기는 굵어지고

물방울은 톡톡 터지던 것이 툭 투욱 터지며

내 마음도 톡톡 건드리던 것이 이제는 적셔버리며

그 비가 소나기일까 장마일까 생각하다

이미 젖은 옷 안에서 나는 뜨거운 몸을 움직여본다

온 건물이 다 물빛인데

그 위 웅덩이에 비친 신호등 불빛마저 번져 흐트러진다

물 찬 운동화 안에서 발가락을 움직여보면

분명히 움직이는 것은 내 몸의 일부분인데 왠지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도시 위로 환상이 쏟아부어지는 장마 기간. 나는 긴 꿈 속을 걷듯 거리를 걷는다


체온.

우리 아주 영 모를 때가 오면

서로를 봐도 별 감정이 안 들게 되면

그때는 그저 따스한 체온만 안겨주는

두 명의 36.5도가 되어 서로를 안아보자


자유글.

마음이 너무 다친 날은 하루를 살아가도 정신이 없다. 지금까지 어떻게 피곤하다, 힘들다, 바쁘다 불평하며 살았는지 잊을 정도다. 내가 어떻게 아픈 지 입밖으로 꺼낼 수 없을 조차로 아프다.  

방 안에 꽁꽁 숨어 엉엉 울고 싶다가도 그럴 힘이 없기도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도 딱히 주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 정도로 아픈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래서 이 지경까지 온 걸까? 애매하게 방관만 하고 상처를 보살펴 주지 않아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떠오로는 날이다. 일단 본능에 나를 맡겨서 밥을 먹고, 씻고, 잠을 재워야겠다.  

그리고 오는 내일의 아침에도 내가 슬프다면 그때는 다시 방법을 찾아봐야지. 


콜렉터.  

섬의 햇살은 따갑다. 진성은 흠뻑 젖은 흰 티셔츠를 벗으려고 돌 위에 앉아있었다.  

파도가 치는 소리가 귀에 끊이지 않고 들렸다. 촤아아 소리를 내며 진성의 발가락까지 적시고는 다시 뒤로 스르르 사라졌다. 파란 파도가 하얀 거품을 내며 돌에 부서지고 있었다.  

진성은 태양에 탄 거므스르한 손등으로 눈을 가려보았다.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손 안에 무언가를 보았다. 바닷물의 짠내 때문에 눈에서 슬프지 않은 눈물이뚜욱 뚝 떨어졌다.  

등에 딱 하고 붙은 젖은 티셔츠는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잘 벗겨지지 않았다. 돌돌 말려서 목까지 말린 티셔츠를 머리에서 꺼내고 있던 때였다.  

하필이면 딱 말린 셔츠가 눈을 가리고, 진성은 온 힘을 써서 옷을 벗고 있었다. 그 틈에도 소중하게 손에 가지고 있던 무언가를 돌 옆에 올려놓았다. 햇살을 받아 따끈한 돌이 바닷물에 젖은 진성을 노곤하게 만들었다.  

“야!” 

저 멀리서 누군가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진성은 그 말소리를 듣자마자, 손을 더듬어 아까 가져왔던 그 돌을 꽉 손에 감췄다. 손아귀에 잡힌 조그만 돌은검정색의 하트 모양이었다.  

미지근하게 식은 바닷물이 진성에게서 뚝뚝 흘렀다. 찝찝하게 젖은 모든 몸의 부분들이 다시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 목소리를 들으니 몸이 바닷물의 짠내가 피부의 숨구멍까지 아프게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뭐하는데?” 

바다 냄새가 나지 않는 타지 여자아이. 매 명절이면 이 동네에 오곤 하는 서울 새침떼기.

매일 오는 이 바닷가를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바꾸는 진성의 첫 사랑이었다.  

말린 옷이 눈을 가리는데도 진성은 가만히 있었다.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뒤로는 푸른 바다가 넘실거린다.

그 앞 큰 회색 돌에는 웃통을 홀라당 깐 작은 몸집의 남자아이가 앉아있다. 

바닷물이 얼굴 위로 주르륵 흘렀다. 진성이 눈을 꽉 감았다. 숨이 거칠어지는 게 짠 물이 아파서인지, 아니면 부끄러워서인지 몰랐다.  

벌써 세번째 그 아이가 진성에게 소리쳤다. 조약돌들이 신발 밑창에서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밀려 내려오듯 여자아이가 진성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진성은 잠자코 일어나서 그 하트 모양 돌을 오른손에 감췄다. 다시 뚜벅뚜벅 걸어가서 다른 돌 위에 앉았다. 진성이 가는 걸음마다 바다 갯강구들이 단체로 사사삭 움직여 숨었다. 거의 검정빛의 짙은 이끼들이 덮은 돌들이 진성의 작은 진동에 움직여 들썩거렸다.  

바다가 살아있다는 건 진성도 아는 사실이었다. 움직이는 바다만큼 진성의 마음도 파도가 부서지고 사라지고 다시 치고 있었다. 겉으로 볼 때에는 부루퉁한입술로 다른 돌 위에 등을 돌린 채로 앉은 일곱 살이겠지만 말이다.  

손 하나에 하트 모양의 돌을 꽉 쥔채로 진성은 그 돌을 다른 돌들과 함께 놓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보면 항상 등을 대차게 때리시는 진성만의 콜렉션에 함께 두어야겠다.  

눈만 뜨면 바다요.  

할 수 있는 건 유일하게 수영이요.  

보이는 건 망망대해의 푸른 물뿐인 이 곳에서 돌만 보면 진성은 모든 볼 수 있었다. 

저건 아주 동그란 돌, 저거는 세모 모양의 돌. 그리고 오늘의 이건 하트 모양의 돌. 

바다가 쓸고 조각한 이 돌들은 진성의 작은 손에서 건져지곤 했다. 그러던 차에 이 모든 평화로운 일상에 저 여자아이라는 파도가 쳐오고 있는 것이었다.  

다가오는 파도를 피해서 진성은 힘차게 달렸다. 지금도 최선을 다해서 여자아이의 눈을 피하고 있으니 말이다.  

진성의 손에 들린 맨들맨들한 하트 모양의 돌처럼, 진성도 파도가 한바탕 지나가길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파도가 치고 나면 진성 또한 진열장의 돌처럼 예쁜 모양이 될 것이다. 


제목: 향수와 연어 

연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 중에서 몇몇이 빠져나와 다른 강물로 갔다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했고 따듯했다

새로운 강은 신났고 여지없이 그 강은 내 마음속을 휩쓸고 갔다

파도가 쓸려간 내 마음에는 아직 채 물을 따라가지 못한 물고기가 퍼덕거린다

펄떡펄떡 움직이는 아가미와 꼬리

그것을 그대로 마음에 두고서 나는 다시 새로운 강물로 나아간다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던 다른 연어들을 가끔 그리워하지만

나는 안다

모든 물은 한 곳으로 통한다는 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만날 수 없는 것도, 함께 하지 않는 것도 아님을


내일 죽는다면.  

당장 내일 죽는다는 걸 알았을 때도 내 다이어리는 할 일로 가득했다. 오늘까지 내게 맡겨진 일들을 끝내야 했고,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다. 어쩌면 사람들은 남을 위해 삶을 갈아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병원 진찰. 어제는 또 다른 수요일이었다. 그러나, 그 끝은 여느 때와 같지 않았다. 

이제 오지 않으셔도 돼요. 집에서 쉬세요. 

바쁘게 돌아가는 안경 뒤 눈동자가 어쩐지 오늘만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한다 싶었다. 그가 한 말은 이랬다. 결국 내일 당신이 죽을 것 같다며, 마지막을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아직도 팽팽 돌아가는 두뇌로 그를 비웃으려 했지만, 그의 말을 증명하듯 심장이 순간 콱 멈췄다. 숨이 훅 막히는 기분. 여리고 말랑한 내 뇌라는 근육이 수많은 시뻘건 혈관들에 뒤덥혀 움찔거린다. 그러다가, 심장이 동작을 멈출 때.  

뇌도 함께 정지. 

몸에 모든 기관들에게 아주 잠깐의 평온이 찾아온다. 평생을 일해 왔던 나의 감각기관이 시꺼멓게 닫힌다. 몸의 주인인 나는 게으르게 누워있어도 항상 성실하게 펌프질을 하던 심장도 아주 오랜만에 휴식을 가진다. 근육이 축 늘어지며 내 고개도 밑으로 떨어진다. 

정신이 든 건, 내 가슴을 무자비하게 누르는 CPR 순간이었다. 어느새 옷은 다 찢겨져 있고 차가운 병원 바닥에 내 몸은 무거운 물에 젖은 듯 눕혀져 있었다.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삶은 나에게 언제나 자애롭지 않다는 걸.

나의 바쁨은 사실 봄날의 녹아가는 위태로운 빙판이란 걸. 

언 호수에 발을 잘 못 디딘 것처럼 나는 물밑으로 잠겼다. 그리고, 다시 올라올 때 쯤에는 하얀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물 밑에서는 보글보글 물소리만 났었는데.  

알고 보니 한참을 코마 상태로 있었다고 했다. 옆에서 말하는 의사 선생님은 그때 그 사람이었고, 처음 보는 걱정스러운 눈빛에 병원 침상에서 이불 밑에 가려진 몸을 뒤척거렸다. 

“그래서 학교 못 가요?” 

앞뒤 다 잘라먹고 당돌하게 한 마디를 꺼냈다. 많은 말들이 내게 쏜살 같이 꽂힐 것 같았지만 입을 크게 벌리던 그는 참는다는 듯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는 마지막 말만 남기고 병실을 떠났다. 

“몸관리 잘해요.” 

곧 뒤에 오는 건 내 링거를 점검하는 간호사 선생님의 꾸중이었다. 

“죽다 살아났어요. 그게 지금 깨어난 사람이 할 말이에요!” 

어안이 벙벙한 것도 그렇지만 뭔가 기분이 나빠서 이불을 눈밑까지 꼭 끌어당겼다. 이불 밑에 가려진 입으로 그녀의 말을 우스꽝스럽게 따라했다. 

“살아난 게 기적인데.” 

한숨을 내쉬는 그녀 옆에서 귀를 쫑긋 세웠다. 기적이라. 

기적. 

“제 노트북 어디 있어요?” 

대뜸 몸을 일으켜서 앉았다. 딱딱한 병원 메트리스 위에 가부좌를 틀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간호사 선생님을 보았더니, 그녀는 수상하다는 걸 얼굴에서 굳이 지우지 않았다. 

“무조건 안정 취해야 해요. 무조건 안정.” 

“노트북.” 

몇번의 실랑이 끝에 노트북을 얻어냈다.  

약냄새 가득한 병원은 죽음이 가장 가까운 곳이다. 바로 옆에 있는 게 장례식장이고, 돌아다니는 환자복의 모두가 서로를 측은하게 본다. 

이 곳 소아병동에서 오랜 시간 지내다가 퇴원했었다. 그러다가 다시 들어온 것이다. 이제는 다 커서 성인병동으로.  

답답한 병원의 공기를 한껏 들이 마셨다. 어쩌면, 새로운 삶이라는 이 기적으로 새로운 꿈을 꿀 수도 있겠다는 달콤한 상상을 하며. 

천천히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상상 속 여러 문이 열렸다.  

그 중 가장 쉬운 문을, 가장 쉬운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나와는 아주 정반대이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 

그렇기에 가장 덜 사랑할 수 있고 적게 상처받을 수 있는 글로.  

어제 죽었던 나는 오늘 글을 쓴다. 오늘의 모든 것이 나에게 주어진 기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를 다시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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