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죠, 난 꽃을 싫어해요
꽃
있죠, 난 꽃을 싫어해요
줄기 잘린 꽃을 보면 그 죽음이 공허해 보여서요
고작 장식을 위해 꺾인, 그 가벼운 생명을 증오해요
가는 줄기에 달린 비대한 꽃봉오리가 멍청해 보이잖아요
어제는 산꼭대기에 핀 작은 주황색 꽃을 보았어요
몇 달 전에 봤던 작은 점 같은 꽃들이 이제는 더 많이 피었더군요
사랑스러웠어요
누가 보지 않아도 여전히 그 초록 산은 살아있다고 소리치니 말이에요
그 꽃도 지겠죠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닐 거랍니다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일 뿐
산이 살아있는 한 꽃의 죽음은 헛되지 않아요
하지만 꺾인 꽃은 지고 나면 버려야 해요
아름답던 꽃잎은 초라하게 마르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생명의 비명소리 같지 않나요?
나는 가장 아름다운, 누구의 것도 아닌 꽃이랍니다
내 인생은 저 커다란 산처럼 살아 숨 쉬고 있어요
그 위로 자연스럽게 꽃이 피고 집니다
그러나
꺾을 생각하지 말아요
산을 옮길 수 없다는 건 당신도 이미 알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