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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Jan 11. 2023

꽃을 꺾지 마세요

있죠, 난 꽃을 싫어해요


있죠, 난 꽃을 싫어해요

줄기 잘린 꽃을 보면 그 죽음이 공허해 보여서요

고작 장식을 위해 꺾인, 그 가벼운 생명을 증오해요

가는 줄기에 달린 비대한 꽃봉오리가 멍청해 보이잖아요


어제는 산꼭대기에 핀 작은 주황색 꽃을 보았어요

몇 달 전에 봤던 작은 점 같은 꽃들이 이제는 더 많이 피었더군요

사랑스러웠어요

누가 보지 않아도 여전히 그 초록 산은 살아있다고 소리치니 말이에요


그 꽃도 지겠죠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닐 거랍니다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일 뿐

산이 살아있는 한 꽃의 죽음은 헛되지 않아요


하지만 꺾인 꽃은 지고 나면 버려야 해요

아름답던 꽃잎은 초라하게 마르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생명의 비명소리 같지 않나요?


나는 가장 아름다운, 누구의 것도 아닌 꽃이랍니다

내 인생은 저 커다란 산처럼 살아 숨 쉬고 있어요

그 위로 자연스럽게 꽃이 피고 집니다

그러나

꺾을 생각하지 말아요

산을 옮길 수 없다는 건 당신도 이미 알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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