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있었지. 그럼 있었어.
하지만 웹소설 지망생은 뭔가 다르다.
1. 모든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다.
공부는 모든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공통적으로 가지는 안도감이 있었다.
2. 오로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3. 내가 제조자이자 유통업자라서 처음으로 기업 (=출판사)에 직통으로 연락할 수 있다
혹은 그 연락을 기다릴 수 있다.
4. 노력->도전->결과->실패->실망->극복->단단한 멘탈
의 무한 사이클이 돌아가는 걸 오로지 나혼자 느낄 수 있다.
경험은 모든 다 좋다라고 어른들이 그러던데 이게 다 이래서 그런가 싶다.
웹소설 작가 데뷔 자체도 물론 분명한 이익이 있다. 하지만 그걸 향해 가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거기까지의 과정이 날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약간 조금 작은 버전으로 인생을 사는 기분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투고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그걸 반복하니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멘탈이 안전하게 과정을 보낼 수 있는지 팁들이 쌓이고 있다.
1. 좋아하는 것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일에 붙어오는 이익에 집중하면 우울해진다. 내게 통제권이 없는 일들 (=외부 요소들; 대우, 페이, 등등등....데뷔...?)에 집착하면 그때부터 불행의 서막이 시작된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 자체에 집중하면 그럴 일이 없다. 내 시간과 재미를 교환하는 일이니까.
2. 한번에 하나만.
3. 지금은 이거. 그때는 그거.
지금과 그때를 다 섞어버리면 절대 아무것도 못한다.
4.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으면 그 시간이 좀 더 재밌어진다.
끝으로 3개월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
너는 3개월만에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몰랐겠지만.
그리고 생각보다 네가 선택해서 하고 싶은 걸 도전해보는 경험은 네게 많은 도움이 되었단다. 웹소설 투고하고 실패하고 다시 쓰고 어쩌고 저쩌고. 순문학 공모전 준비하고 어쩌고 저쩌고를 하면서 뜬금없이 강의를 듣는 중간에 "...! 이거 웹소설 쓰면서 느꼈던 건데!"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자체로 일을 생각하지 않고 돈을 위해 일을 하려고 하면 그냥 전부 다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것. 또 뭐 있었지.
인턴 떨어졌을 때, 감사 이메일 보내는 법...? 맞아 그거다. 아. 그리고 이메일로 인턴쉽 신청할 때 좀 더 포멀하고 나 스스로도 능숙하게 보낼 수 있다. 음..그리고 투고를 보내면서 나중에 회사 입사 지원서 보낼 때도 이렇겠구나..내가 다 찾고 내 다 써야겠구나..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거지만...!) 라고 느꼈다.
망망대해. 전부 다 내가 하는 거. 이걸 아주 살짝이나마 경험을 했다.
이 넓은 불확실의 바다에서 혼자 뗏목 타고 젓는 기분.
그리고 말이지. 3개월 전의 나야.
너의 한달은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단다. 네가 쓰는 글들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닿을 수 있단다. 너는 한 평생을 글을 쓰며 사랑해왔지만 이게 사실 다른 이들의 마음도 울릴 수 있단다.
사랑하는 일이 언제나, 24/7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혼자 쓰는 글에서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는 건 또 천지차이야. 더 재밌고 더 가치있지! 너의 글이 좋은 의도로, 좋은 목적으로 잘 사용되면 좋겠다.
너의 시간은 어디로 가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서 의미 있는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단다.
Go with the flow. 흘러가자!! 지금을 느끼며 잘 살아가보렴. 너무 결과를 재촉하지 말고.
내가 3개월 동안 많이 고민해봤는데 말야.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도, 돈을 위해서도 아냐.
너를 위해서야. 네가 재밌기 위해서.
글 쓰는 재미.
글 쓰는 재미다. 보고 싶은 걸 쓰고, 내가 아픈 걸 쓰고, 치유받고 싶은 걸 쓰고,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을 쓰고.
그냥 네 마음대로 다 하는 그 재미를 위해서야. 알겠지? 오늘도 재밌게 글 쓰고, 그 한 시간 후에 남은 23시간은 잘 먹고 공부하고 잘 자고 웃고 놀기를 바래.
바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