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최악의 발음과 최고의 생각들
나는 영어를 할 때 혀를 많이 굴린다. 그만 좀 굴리라고 부모님이 지적하는 편이다. 오늘은 영어 발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외국인이다. 영어는 내 모국어가 아니다. 그렇기에 발음이 원어민 같지 않다.
이걸 인정하기까지 쌓은 경험을 공유하겠다.
1. 내 친구 톰.
그의 이름은 톰이다. 중국인이고 국제학교에서 만났다.
그는 아주 멋있는 생각과 화술을 가졌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영어 실력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짧은 단어와 발음으로 엄청난 발표를 하고는 했다.
톰의 강렬한 눈빛. 단순하지만 확실한 메세지. 그 잡아먹을 것 같은 확신!
톰은 대단했다.
그리고 난 알았다. 발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생각이 중요한 것이라는 걸.
2. 들어야만 하는 순간
돈이 오가는 관계에서는 이해를 못해도 온갖 힘을 써서 이해를 하려고 애써야 한다. 나는 호텔 예약을 위해 국제 전화를 2시간 동안하며 정말 못 알아들을 것 같은 발음들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때 나는 알았다.
발음은 그저 듣기 더 편하게 하는 부가적인 것일 뿐이라는 걸. 들어야 한다면 어떻게든 들으려고 애쓴다.
내 발음 때문에 못 알아듣는다면 (물론 그럴 수 있다. 내 발음이 정말 이상해서 그렇다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 좀 더 당신이 덜 간절한 것 아닐까?
3. 오늘 본 그 사람
그의 발음은 정말 중국 그 자체였다. 인도식 발음으로 알파벳을 발음하면 당연하게 나오는 발음이 있다. 한국식 발음, 즉 모음과 자음을 발음하는 식으로 하면 나오는 영어 발음이 있다. 같은 맥락으로 중국어를 말하듯이 하면 나오는 영어 발음이 있다. 이는 그저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 식으로 영어를 한다는 증거니까.
그의 발음은 정말 중국인이었는데. 그의 생각을 들으며 나는 감탄했다. 그의 단어 선택은 완벽했고 전하고자 하는 바가 완전했다. 마치 톰을 보는 듯이.
그리고 다시 톰을 생각했고 오늘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당신의 뒷통수를 치자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어민의 발음에 가까워지도록 노력을 하려고 한다.
내 옆에는 친한 홍콩 친구가 있다. 그녀의 전공은 한국문화학. 그녀와 이야기하다가, 나는 영어에 대한 내 생각을 말했다.
"나는 외국인이니까 원어민처럼 영어를 말할 수 없잖아. 안 그래?"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돼. 너 거기서 멈춘다."
나는 의아하게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단호하게 답했다.
"나? 한국인 아니지."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너 한국인 아니지.
"나 한국인 아니니까 한국인처럼 한국어 못 할 수 있어.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절대 실력 안 는다니까, 라고 말하며 그녀가 다시 냠 점심을 먹었다. 그녀는 나를 한방 먹이고 평화롭게 밥을 먹었다.
그래서 나는 영어 공부를 다시 하려고 한다.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