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내가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터뷰 중 일부다. 전에 올린 하루키 말 인용이 꽤나 반응이 좋길래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내가 꽁쳐 놓은 내 보물을 공유한다.
작가의 꿈을 키우는 건 교재 없이 푸는 수능과도 같다. 그래서 롤모델이 절실하다. 나는 작가, 배우, 가수 가리지 않고 예술 계통의 모두에게서 롤모델을 만든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 첫번째 롤모델이다.
———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말들 (인터뷰, 자서전 인용)
몇 살 때 작가가 됐나, 그래서 놀랐나.
스물 아홉살이었다. 나도 놀랐다. 하지만, 바로 익숙해졌다
바로? 첫날부터 편안했다는 말인가.
난 자정 이후 부엌 식탁에서 쓰기 시작했다. 첫 소설을 완성하는데, 10개월이 걸렸다. 출판사에 보냈더니, 상을 주었고, 그건 꿈과도 같았다. 난 여기에 놀랐다. 그리고, 바로 생각했다. 이렇게 되니 나도 소설가인데, 어때? 그렇게 단순하다.
작가로서 좋은 점은 깨어나서 꿈을 꿀 수 있다는 점이다. 그건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진짜 꿈이다. 내가 쓰는 동안에 깨어나 있으면서 시간, 기간,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난 아침에 4-5시간 쓴다. 시간이 되면, 중단한다. 그리고 다음 날 계속 쓴다. 이게 진짜 꿈이라면,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첫 소설을 쓸 때 느꼈던, 문장을 만드는 일의 기분 좋음즐거움은 지금도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습니다. 자, 이제부터 뭘 써볼까하고 생각을 굴릴 때 정말로 행복합니다. 소설이 안 써져서 고생한 경험은 없습니다. 만일 즐겁지 않다면 애초에 소설을 쓰는 의미 따위는 없습니다. 소설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퐁퐁 샘솟듯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쪽)
만일 당신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주위를 주의 깊게 둘러보십시오. 세계는 따분하고 시시한 듯 보이면서도 실로 수많은 매력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원석이 가득합니다. 소설가란 그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멋진 것은 그런 게 기본적으로 공짜라는 점입니다. 당신이 올바른 눈만 갖고 있다면 그런 귀중한 원석은 무엇이든 선택 무제한, 채집 무제한입니다. 이런 멋진 직업, 이거 말고는 별로 없는 거 아닌가요쪽)
하루키는 새벽에 일어나 주방에서 커피를 데워 큼직한 머그잔에 따르고 그 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소설을 씁니다. 이 과정을 매일 반복합니다.
하루키는 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씩 규칙적으로 쓴다고 합니다. 그는 이 작업이 기계적이라고까지 표현합니다.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쓴다는 것입니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린다든지,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든지 하면 규칙이 깨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키려고 합니다. 타임카드를 찍듯이 하루에 거의 정확하게 20매를 씁니다쪽)
장편소설을 쓰는 데는 1년가량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머릿속에 담고 1년을 살아가려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라톤을 뛸 때 아무리 힘들어도 왼발과 오른발을 규칙적으로 내뻗어야 하는 것처럼, 또 초반에 아무리 힘이 있어도 너무 무리하면 안 되는 것처럼, 장편소설을 쓰는 과정도 규칙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 편의 단편소설을 써내고 그것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쉼표 몇 개를 삭제하고,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똑같은 자리에 다시 쉼표를 찍어 넣을 때, 나는 그 단편소설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쪽)
장편소설을 다 쓰고 난 작가는 대부분 흥분 상태로 뇌가 달아올라 반쯤 제정신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정신인 사람은 장편소설 같은 건 일단 쓸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닌 것 자체에는 딱히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어느 정도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건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제정신이 아닌 인간에게 제정신인 인간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중요한 것입니다쪽)
마감에 쫓겨서 쓰는 방식은) 스타일로서는 꽤 폼나게 보이지만, 어느 기간에 그런 방식으로 뛰어난 작품을 써냈더라도, 긴 스팬을 두고 부감해보면 시간의 경과와 함께 작품이 점점 묘하게 비쩍 마른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자면 어느 정도 자신의 의지로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입니다쪽
자신의 내적인 혼돈을 마주하고 싶다면 입 꾹 다물고 자신의 의식 밑바닥에 혼자 내려가면 되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과묵한 집중력이며 좌절하는 일 없는 지속력이며 어떤 포인트까지는 견고하게 제도화된 의식입니다. 아울러 그러한 자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체력입니다. 그것이 소설가로서의 나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쪽)
자유롭고 내추럴한 감각이야말로 내가 쓰는 소설의 밑바탕에 자리한 것입니다. 그것이 기동력이었습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엔진입니다. 다양한 표현 작업의 근간에는 늘 풍성하고 자발적인 기쁨이 있어야만 합니다. 오리지널리티는 바로 그러한 자유로운 마음가짐을, 제약 없는 기쁨을, 많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생생한 그대로 전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구와 충동이 몰고 온 결과적인 형체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1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