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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묵직하다

by 바다

천 개의 파랑을 드디어 다 읽었다. 후유증이 길 것 같다.


결말이 충격적이었다. 콜리의 행복은 남들의 것이었던걸까? 어째서 희생이 행복이 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해를 하고 싶지 않은 걸 수도. 너무 슬퍼서 어안이벙벙하다.


처음 천 개의 파랑을 읽기 시작할 때는

1. 첫장면이 신박하다. (콜리의 낙하장면)

2. SF를 안 읽어서 잘 모르지만 생각보다 sf 같지 않고 일상적이다.

3. 아이고. 각 인물마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또렷해서, 각자가 보여주는 슬픔의 면모들 때문에 마구 휘둘렸다. 그러면서 지구 생각도 하게 되고.


근데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소설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연재와 콜리, 지혜, 보경, 지수, 민주, 복희를 사랑하게 될 줄 몰랐다.


천 개의 파랑은 내 일상 중에서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기쁨이 되어주었다. 손에 땀을 쥐고 보는 갈등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인간의 화해"와 성장을 가장 평화롭게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기대도 안 했던 해피엔딩까지 연재와 지혜한테 쥐어주는 걸 보니 이 소설은 완전 그냥 해피엔딩이구나 생각했다.


방심했다.


콜리가 죽다니..콜리가 죽어서 더 후유증이 긴 걸 수 있다.


그 외에 참 감사한 게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비슷한 작가를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나와 온도가 비슷하다. 온도가 맞지 않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머리를 싸매 안고 억지로라도 느껴보려고 노력했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그러지 않아도 비슷한 온도로 내가 안길 수 있는 작품, 작가를 만나 오랜만에 독서에 재미를 붙여볼 수 있을 것 같다. 천선란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진다.


그 전에, 수상한 편의점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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