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던져놓으면 저절로 영어가 느나요?
추천 독자: 현재 해외에서 국제학교에 가야하는 청소년들
안녕하세요, 바다입니다. 저는 현재 5년째 해외에서 살고 있어요. 중학교 졸업 후 중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현재 홍콩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지요.
이 시리즈의 제목은 my pain 시리즈예요! 제 인생 경험 속 팁들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저와 같은 상황 속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요.
오늘은 제 pain들 중, 영어적응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그 전에 질문 하나 해보려고요. 오늘 얼마나 많이 '말'하셨나요?
아마 적어도 손가락으로 다 세기 어려울 정도로 하셨겠죠? 말은 이렇게 숨쉬는 것처럼 중요한 수단이잖아요. 내 의견을 말하려면 말할 줄 알아야 하죠.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서도 그래요. 마트에서 물건 하나 사려고 해도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들어야, 적립을 할지 할인을 받을지 비닐봉지를 달라고 할지 알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 말을 못한다고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 혼자 덜렁 놓였다. 나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게 제가 5년전에 처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말을 못 해서 참 많은 것들이 서러웠어요. 제 의견을 주장하지 못하니까 저절로 소심해지기도 했습니다. 선생님들에게 소심한 학생으로 비쳐지는 것도 억울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 학생들의 무리에서 고여간다는 게 싫었어요.
고여간다, 한국인 무리. 이게 다 무슨 소리인지 싶으실텐데. 모든 사람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전 국제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한국인이 학교의 반이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끼리 서로 말이 통하니까 많이 도와줬어요. 하지만 그 도와주는 게 오히려 말을 못하도록 막을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누군가에 도움을 받아서 살 수 있으니까. 숙제를 물어보고 선생님이 방금 한 말을 다시 물어보고.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영어 잘 하는 아이를 통해 물어보고.
이러니까 정말 행동이 제한되고 더 소심해지더라고요. '조용한 한국인'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도 싫었고요.
아이고. 설명을 못한 단어들이 계속 나오네요.. '조용한 한국인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안 좋은 말인데, 국제학교 선생님들이 때때로 '조용한 한국인 여자애들'이라고 뭉뚱그려서 불렀던 적이 많았어요. (질문에 답을 안 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이거야말로 stereotyping이 아닌가 지금은 생각해봅니다) 결국 다른 아이들이 다 안 한다고, 제가 영어를 못한다고 제 가능성이 제한되는 게 싫었던 것 같아요!
언어문제는 저 뿐만 아니라 제 주변 친구들도 많이 겪은 문제입니다. 중국 로컬학교에서 울며 15년을 보내 중국어를 마스터한 친구도 있어요. 유럽에서 보내 불어를 마스터한 친구도 봤어요. 인도네시아 말도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역시 세계는 넓고 사람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모두 공통점은 '말 안 통해서 울어본 적이 있다.' 라는 것이죠.
제 나이 또래는 이제 그게 과거의 일이지만..
전 아직도 국제학교 복도에서 울고 있던 6살 어린 친구가 눈에 생생해요. 말이 안 통해서 한국어로 울고 있는데 백인 선생님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죠. 아기가 정말 악을 쓰며 한국어로 소리치는데 전혀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하기 싫다고! 안 한다고!
이렇게 얼굴에 혈관이 다 돋을 정도로 악을 쓰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들리는 한국어와 울음소리에 도서관을 지나가던 고3인 저는 놀라 고개를 들었죠. 커다란 백인 여성 선생님의 무릎쯤에 오는 작은 여자 아이가 그렇게 악을 쓰는데. 정말 저는 마음이 울컥해서 바로 달려갔어요.
말 안 통해서 서러운 거.
저만 그런 거 아니고 애기들은 더 그럴테니까요. 애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영어로 하라고 우뚝 서서 무섭게 보는 선생님을 보았습니다. 화가 울컥 났어요. 뭐라고 말하고 싶은데 어떡해요. 어린 친구가 하는 말을 통역해서 전하고 끝냈습니다.
그때, 제가 했던 말이 아직도 생각나요.
깜짝 놀라 시선을 맞춰 무릎을 굽히고 물었던 말이 있습니다.
"왜? 왜 그래? 언니가 영어로 말해줄까?"
마음이 짠하고 급했어요. 빨리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런 심정으로 이 글을 씁니다. 영어 적응을 위한 저의 팁!
먼저 마인드셋입니다.
1. 실수는 나이진다는 증거다.
전 영어로 더듬더듬 말하면서 얼마나 얼굴 붉혔는지 몰라요. 얼굴은 민망함으로 뜨끈뜨끈하고 말은 잘 안 나오고. 앞에서 듣는 상대가 찡그리면 못 알아들었나 심장이 덜컹하고요.
그때 당시의 제 목표는...(솔직함 주의하세요)
영어로 말하면서 안 쫄기.
이 말은 반대로 말하면 그때 저는엄청 긴장했다는 말입니다. 정말 모든 순간이 쫄렸어요. 쫄릴 이유는 많죠. 못 알아들을까봐. 실수할까봐. 다들 비웃을까봐.
실제로도 말실수 해서 반 전체가 박장대소한 적이 꽤나 있습니다. 하하!
그때마다 항상 되새겼습니다. 실수하면 성장한다.
실수는 내가 성장한다는 증거다. 실수하지 않으면 나아지지도 않아요. 실수한다는 건 시도한다는 뜻이니까요.
2. 지금 내 상태는 일시적이다.
와우. 말 못하는 거 너무 힘들어요. 지금까지 일구어놓은 내 자존감이 와장창 무너질 수 있어요. 나는 이미 다 큰 청소년인데/어린이인데 말 못하는 아기로 돌아간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남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나를 내가 견뎌야 해요. 내가 못한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버텨야 해요.
그때, 이 상태가 일시적이라는 걸 알면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게 평생 이렇지 않다. 나아질 수 있다. 모두가 겪는 단계다. 난 발전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며 절망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도구들입니다.
3. 회화를 위해 실질적으로 외웠던 문장들
이거 진짜 많이 들었어요! 대화할 때 그래도 아는 문장이 있으니까 어버버하지는 않았습니다. 티키타카가 되어야 제가 머쓱하지가 않은데, 뭐라고 받아칠 줄 모르니까 더 긴장했었거든요. 억지로라도 외워놓으니 필요한 상황에서 좀 더 의기양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재밌습니다. 전 재미도 중요하거든요. 외우기 쉽고!
영어 공부 콘텐츠 엄청 많고 각자 맞는 게 다르겠지만 그때 스쿨버스에서 이거 듣고 외웠던 게 생각이 나서..꼭 넣고 싶었어요.
마지막 마인드셋.
4. 말 더듬어도, 실수해도, 발음 안 좋아도 다 괜찮다.
전 진짜 주변에 좋은 롤모델들이 많았어요. 문법 다 틀리고 단어 별로 안 쓰지만 끝내주게 발표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또, 말을 마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더듬지만 그 답변이 깊이가 깊어서 정말 귀 기울이게 드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을 보며 참 많이 제 생각이 바뀌었어요. 영어는 원어민 친구들처럼 잘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언어는 도구고 중요한 건 그 내용이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발표를 잘 하는 그 친구는 이런 말도 한 적이 있어요. 발표는 기세다! 본인의 아버지는 영어를 이해 못하시는데 못 알아들어도 발표 제스쳐들 봐준다고 하시더라고요. 발표는 기세다! 라고 하시면서요.
영어도 기세다! 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발음, 실수를 너무 신경쓰지 않으면 빨리 는다~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잘 하고 계십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제가 처한 상황에 있던 모든 분들.
자꾸 어린이들 해외 학교 적응하는 거 보면 제가 겹쳐보여서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이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