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차- 나의 첫 문장은 내가 느끼는 감각으로 시작된다
아침부터 몸이 이유 없이 무겁다. 아마 어제 예방 접종 때문일지 모른다. 이런 날은 글이 잘 써질까 생각하며 천천히 일어나 목과 허리를 움직여본다. 거실로 나오자 어제 우려 둔 대추 · 생강차의 향이 먼저 아침 공기를 깨운다. 나는 창을 열어 바람을 들이고 커튼이 바람결에 살랑이는 모습을 잠시 바라본다. 눈앞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커튼 자락만으로도 마음 한쪽에 생기가 들어선다.
대추 생강차를 한 모금 마신다. 따뜻한 향이 목을 지나 속까지 스며들며 아침의 무거움을 조금씩 걷어낸다.
바람이 드는 거실의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천천히 만진다. 오늘 주제는 '독자를 멈추게 하는 첫 문장'이다.
첫 문장은 언제나 부담스럽다. 그러나 오늘처럼 몸과 향기, 공기와 움직임이 차례로 나를 흔들어 깨우는 순간이 있다. 그때 나는 안다. 첫 문장은 기술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서 온다는 것을. 독자를 붙잡는 문장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조금 낯설고 조금 더 정확하며 그러나 여백을 남겨야 한다. 내가 겪는 순간이 결국 글의 첫 문장이 되고, 그 첫 문장이 오늘의 글을 이끌어낸다.
오늘 첫 문장은 ' 몸이 무겁다'로 시작되었다. 몸의 상태와 감각을 먼저 제시하는 방식이다. 독자는 글쓴이의 현재 감정과 분위기를 바로 느낄 수 있어 공감이 될 것이다. 또한 특별한 사건 없이 아침의 작은 움직임 같은 일상적 동작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독자에게 오늘 하루가 어떻게 열릴까라는 잔잔한 기대를 줄 것이다. 향기, 바람, 커튼의 움직임 등 환경의 변화가 글의 감정을 잡아주는 기분 중심의 문장이 여백을 만들어 준다.
현재의 내 몸의 감각에서 시작해 오늘의 첫 문장이 되었다로 맺음 하는 것은 나에 대한 인식의 글이다.
나는 일상에서 글감을 찾아 나누는 작가 다로 명명을 했다. 일상을 첫 문장으로 만드는 핵심은 무엇일까. 먼저 감각 하나만 골라 시작해 본다. "아침 공기가 꽃잎보다 먼저 차갑게 느껴졌다" 시각, 후각, 촉각, 소리 중 딱 하나만 잡으면 문장이 선명해진다.
전체를 설명하지 말고 가장 인상적인 장면 하나만 그려본다. " 구절초의 끝이 희미하게 누런빛을 띠고 있었다."
시간으로 여는 문장이다. "어제 아침 구절초 밭은 이미 늦가을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완전히 설명하지 않고 여백을 남기는 문장도 있다. "꽃의 빛이 달라진 아침이었다."
일상에서 첫 문장을 만드는 핵심은 감각, 발견, 감정, 시간, 비유, 정확한 장면 등이 있다.
지금처럼 일상에서 느낀 작은 감각을 딱 하나만 정확하게 잡아 첫 문장으로 내놓은 것도 글쓰기의 한 방법이다.
글쓰기의 시작은 부담이 된다. 그날 하루의 시작 또는 지난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여 글을 쓴다.
좋은 첫 문장은 하나의 장면이나 감각을 선명하게 보여주며, 독자가 다음 문장을 궁금해하도록 약간의 여백을 남겨야 한다. 문장은 짧고 간결해야 힘이 생기고 글 전체의 성격과 방향을 암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첫 문장은 처음부터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다 쓴 뒤 다시 다듬어 완성하는 문장이라는 점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