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바다를 품고 돌아오다

15일 차- 부북면 주민자치회 견학

by 이정숙

부북면 주민자치회 선진지 견학이 있는 날이다. 아침 8시 10분, 통영을 향해 버스가 출발했다. 부북면 주민자치위원은 2025년 1월에 위촉된 분들이다. 30여 명의 회원이 매달 행정복지센터에서 정기 회의를 갖는다. 이번 11월 견학은 선진문화 인프라를 체험하고 위원들의 역량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어젯밤 잠을 설친 탓에 컨디션은 좋지 않았지만, 의무 참석이라 조용히 버스에 올랐다. 공무원과 임원들은 분주했다. 간식을 챙기고, 안전을 강조하고,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느라 바쁘다. 평소 회의 때는 서로 눈인사만 하고 헤어지기 일쑤지만 오늘은 이 버스 안에서 여러 시간을 함께 보낸다. 자연스레 말을 섞고, 선진 문화를 함께 보고 음식도 함께 나누게 될 것이다. 이런 만남은 조직에 꼭 필요하다


서로의 얼굴만 알던 사이에서 마음이 조금 더 가까워지면 회의 진행도, 사업 추진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평소엔 말 한마디 못 붙였던 사람도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친절함과 지역 발전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가진 분이라는 걸 알게 된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나눈 사적인 이야기 하나가, 나중에는 공적인 제안이나 협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문화 탐방은 좋은 기회다. 모두가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소통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다. 버스 안에서 김밥 몇 개를 먹고 나니 기운이 조금 돌아왔다. 조용히 흐르는 7080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눈을 감아 본다. 편안하다. 음악이 잔잔하게 퍼지는 버스 안, 창가로 고개를 돌리니 풍경이 느긋하게 흐른다. 통영을 향한 버스는 안전하게 길을 달리고 있다.


드디어 통영에 도착했다. 오늘의 첫 일정은 통영 케이블카 탑승이다. 통영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가 바로 미륵산 케이블카라 한다. 한려수도의 푸른 바다와 섬들이 한눈에 펼쳐지는 이 압도적인 전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서니, 젊은 시절 걸어서 미륵산 정상에 올랐을 때 바라보던 그 풍경이 떠올랐다.


지금 나는 정상 아래에서 정상을 올려다보고, 뒤돌아서면 바다 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고개를 내밀며 파란색의 층위를 쌓아 올린다. 햇빛에 비치는 윤설이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통영은 섬의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관광도시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스카이워크에서 사진을 찍으니 바로 등 뒤가 미륵산 정상. 왕복 17,000원을 내고 통영을 통째로 안아보고 가는 기분이다.

우리는 친구처럼 사진도 찍고, 하하 호호 웃으며 케이블카 안에서 즐거운 비명을 쏟아냈다.


점심은 통영의 명물, 다찌 식당에서 먹었다. 회부터 시작해 온갖 해산물이 상 위를 가득 채운다. 내가 아는 이름만 해도 광어, 볼락이, 게르치, 멍게, 가리비, 전복, 키조개, 개불 등 이름 모를 것까지 바다 향을 머금고 싱싱하게 올려져 입맛을 자극했다. 튀김과 매운탕까지 모조리 맛있었다. 이렇게 풍성하고 신선한 해산물을 먹어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를 정도로 행복한 식사였다.


배를 채우고 나니 이제 유람할 차례. 우리는 한려해상공원 유람선을 타고 선장의 설명을 들으며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지에 들렀다.


한산 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끝나니


이순신 장군이 직접 지은 시조가 걸려있는 수루 앞에 섰다. 수루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니, 장군이 망을 보며 왜적의 동태를 살피고 전술을 구상했을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 순간, 이순신 장군의 지혜와 결단이 왜 오늘까지도 깊은 울림을 주는지 알 것 같았다. 푸른 바다와 잔잔한 바람, 그리고 묵직한 역사 앞에서 마음이 절로 숙연해졌다.


오늘 하루는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사람과 풍경, 역사와 음식이 어우러진 뜻깊은 시간이었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지역을 더 넓게 바라보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되짚어보는 소중한 여정이었다.


돌아가는 길의 버스 창밖에 스치는 늦가을 햇살이 따뜻했다. 오늘의 경험이 앞으로의 활동에 작은 힘이 되기를, 그리고 이 만남이 더 좋은 부북면을 만드는 씨앗이 되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초보작가의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