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패7 / 보라
애용하는 주유소가 있었다. 가격이 저렴하지도, 시설이 좋지도, 크지도, 서비스가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그 주유소를 애용했다. 이유는 단 하나, 출근길에 들르기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이었다. 출근길에 비해 퇴근길에는 저렴하고 크고 좋은 주유소들을 많이 거치지만 퇴근길에는 도무지 주유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서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차에서 내려서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일생일대의 부담스러운 과제처럼 느껴져서 아주 심각하거나 중요한 상황이 아니면 곧장 집으로 간다. 물론, 맛있는 걸 먹으러 가는 건 아주 중요한 상황이므로 기꺼이 차에서 내린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간당간당한 기름을 보며 내일 아침 출근길에 주유를 하자고 생각하고 집으로 갔다. 그러나 다음 날 주유소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나는 그 날 퇴근 후 무지하게 지친 몸뚱이를 이끌고 주유를 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래야한다는 뜻이다.
에이, 그까짓 주유 가지고 무슨 요란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루를 살아가는 데에 요만큼의 에너지도 남지 않는 나로서는 굉장히 슬프고 짜증나는 일이다. 게다가 수도 없이 이런 일들을 겪었단 말이다.
사랑하기만 하면 모두 사라져버리는 병에 걸린 나는 예전부터 내가 사랑하기만 하면 모조리 사라졌다. 자주 갔던 술집들은 물론 카페와 음식점까지. 사랑했던 사람도 사라졌으니 뭐, 말 다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연재실패>만큼은 사랑하지 않을 생각이다. 너무 사랑해서 사라진 글들도 많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