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패13 / 보라
때는 바야흐로 2013년. 소개팅을 했다.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뚱뚱했기 때문에 소개팅 같은 건 잘 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소개팅을 하게 됐다. 게다가 상대는 타투이스트.
타투이스트 하면 으레 떠오르는 편견들이 나 또한 떠올랐다.
나는 개찐따인데 그는 힙스터 최고봉이라니.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심정으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내 사진으로 바꾸고 연락을 주고받았다.
속으로는 주변에 힙스터들이 드글드글 할 텐데 나를 만나겠어? 하는 마음 반, 그런 사람들만 보다가 나 같이 얼빵한 애를 보면 오히려 마음에 들지도 모르잖아? 하는 마음 반이었다.(왜냐하면 나는 그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랜선 대화가 너무 즐거운 것이다. 그러다 통화도 하게 되고, 연락하는 주기가 짧아지더니 밤마다 통화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타투이스트 짬바로 내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주기도 했다. 이건 거의 사귀자는 신호 아닌가.
그리고 우리는 서촌에 있는 유명한 중국집에서 첫 접선을 하였다.
전날 이 중국집에서 고추짜장에 고량주를 마시자며 신나게 떠들었던 것이다.
중국집 앞에서 만나 안으로 들어가 고추짜장과 고량주를 시켰다.
막상 만나니 랜선에서 만났을 때와는 달리 너무 어색했고
고량주도 한 잔 정도만 마시는 둥 마는 둥 했다.
나는 그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어 고추짜장에 고량주를 한 잔, 두 잔, 세 잔 마시기 시작했다.
결국 나 혼자 한 병을 다 비우고 일어났다.
카페에 들렀다 집에 오니 5시쯤이었나.
버스에서 내리자 그제야 취기가 돌아 집 앞 벤치에 한참을 앉아있다 집에 갔다.
그 뒤로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