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패 15 / 보라
싫어하는 것이 점점 늘어난다.
갑자기 늘어난 건 아니고, 예전부터 꾸준히 늘어났던 것들의 존재감이 커져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생기고 있다.
좋아하는 것은 언제나 싫어하는 것에 의해 지워진다.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명확한데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싫어하는 것에 대해 훨씬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계속 생각하다보면 처음보다 더 싫어하게 되면서 ‘존나 싫어’의 굴레에 빠진다.
그 굴레에 빠지면 ‘그것’(내가 싫어하는 모든 것)이 싫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싫어지고 ‘그것’의 주인과 주변인 모두 싫어진다.
그리고 그 최후는 내가 싫어짐으로 끝이 난다.
‘그것’들을 싫어하는 과정을 통해 얻는 것은 나의 자격지심과 열등감, 좁은 속마음과 알량한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내 취향에 대한 오만한 확신을 반성하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나를 돌아보면 얼마나 작은 그릇 안에 거대한 내가 앉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현실이 궁핍하고 팍팍할수록 내 분노는 내가 싫어하는 것들로 향한다.
그건 좋은 시가 아니고, 좋은 영화가 아니고, 좋은 분위기가 아니고, 좋은 디자인이 아니고,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이유들을 끊임없이 보태는 요즘이, 내가 굉장히 슬프고 우울한 상황이라는 반증이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유를 ‘그냥’이라고 퉁치면서 내가 좋은 사람인 이유도 노력 없이 ‘그냥’으로 얻고 싶은 마음들이 끔찍해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아무래도 이번 생에 좋은 사람이 되기는 틀린 것 같다.
(그렇다고 나쁜 사람도 되지 않는 게 날 더 돌아버리게 만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