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패 17 / 보라
나는 요즘 주 5일을 근무하기는 하나 쉬는 날이 일정하지 않아 엉망진창으로 일하고 엉망진창으로 쉬는 스케줄을 견뎌내고 있다. 심지어 그 주의 쉬는 날을 월요일이 되어서야 알 수 있고, 퐁당퐁당 쉬는 와중에도 오전에는 필라테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늦잠을 잘 수 없다.
(이 정신없는 스케줄에도 왜 필라테스를 시작했냐고 묻는다면, 혈압약을 먹기 일보직전이라 운동을 하라는 의사의 처방을 받았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 정말로 엉엉 울며 운동을 하고 있다.)
이번 나의 휴무는 금요일과 일요일. 중간에 출근하는 토요일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마음은 꾸욱 숨기고 금요일을 맞이했다.
첫 번째 스케줄은 9시 30분에 시작하는 필라테스. 늦잠을 잤다. 주차장을 운동장 트랙 삼아 달려가 차의 시동을 건다. 필라테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숨이 찼다. 운동을 하면서는 그냥 제정신이 아니다. 뚱뚱한 몸으로 근력운동을 하고 있으면 땀이 주룩주룩 쏟아지고 내가 짠한지 선생님이 수건을 주셨다.
운동 끝난 뒤에는 집에서 씻고 두 번째 스케줄. 카페로 가서 개인 작업을 했다. 나는 거의 작업을 할 때만 담배를 피우는데 카페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이따 미용실 갈 건데 머리에서 담배 냄새 나겠다는 걱정을 했으나 곧 바로 더 큰 걱정들이 밀려와 잊었다.
세 번째 스케줄은 3시 30분에 예약해둔 미용실. 미용실 갈 시간이 없어서 긴 앞머리를 견디고 견디다가 드디어 개운하게 잘랐다.
네 번째 스케줄은 5시 30분. 강의 요청이 들어와서 관련 회의를 하였다. 실은 하고 있는 일로도 이미 내 스트레스는 포화상태였지만 돈, 돈, 돈, 그 놈에 돈 때문에 하기로 했다. 1회성 강의라 강의료는 많지 않았지만 그거라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의를 갔다.
다섯 번째 스케줄은 퇴사를 한 친구의 퇴사 기념 파티. 네 번째 스케줄이 생각보다 늦게 끝나는 바람에 허겁지겁 약속 장소로 가서 밥을 와장창 먹고, 이야기도 와장창 했다.
집에 돌아와 씻고 누우니 12시가 넘었다. 내 방은 옷과 잡동사니와 쓰레기들로 뒤범벅이 된 지 오래. 아마 머리카락과 먼지들도 엄청 많을 것이다. 그래도 어떡해. 치울 힘이 없는 걸. 딱 하루만 더 쉬고 싶다는 생각을 천 번 정도 했더니 잠이 솔솔 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