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패시즌2_1화 / 보라
며칠 전, 계좌들을 확인하려고 은행 어플에 들어갔다.
전 계좌 확인하기를 눌러 내게 있는 모든 계좌들을 확인했다.
내가 주로 쓰는 계좌는 하나인데 내가 잊고 있던 계좌가 두 개나 더 있었다.
하나는 내가 보조로 만들어놨다가 몇 년째 쓰지 않는 계좌, 또 하나는 주택청약계좌였다.
내 앞으로 주택청약이 들어져 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명의만 내 것이지 나는 한 번도 돈을 넣은 적이 없어서 있는가보다, 라고만 생각했던 그것.
그것이 2009년을 5월을 시작으로 137번째 이체되었다는 기록을 보았다.
그 숫자를 보니 왠지 마음이 찡해졌다.
대체 부모란 무엇이길래 자식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가......
솔직히 조금 무섭고 끔찍하기까지 했다.
비혼과 비출산 계획이 있는 나라서 다행이라는 마음까지 들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부모님께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회사를 퇴사하면 다시는 회사에 다니지 않을 생각인데 더 다녀야 하나, 에서부터 시작해 돈 많이 벌서 호강시켜드려야 하는데 나는 뭘 하고 있나, 차 산다고 빌린 돈 얼른 갚아야지, 나도 잘 사는 모습 보여드려야겠다, 우리 부모님 다른 데 가서 꿀리지 않게 내가 잘해야지 등등......효녀가 아님에 자책하고 효녀가 될 미래를 그렸단 말이다.
그리고 오늘, 오빠랑 궁전제과에 가서 가족들과 먹을 빵을 사고 농협에서 연어회도 사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야식을 먹었다. 빵도 에어프라이어에 돌려서 따끈따끈, 허버허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했다.
그러다 아빠가 본인 신경에 거슬리는 이야기가 있었는지 갑자기 발작 버튼이 눌려서 언성을 높이는 게 아닌가.
분노 조절 못하는 아빠를 보는데 내 마음 속에 자리 잡았던 효녀콤플렉스가 무등산 개울물에 씻은 듯이 깨끗이 사라졌다.
이렇게 효녀콤플렉스 극복!
혹시나 효녀 강박이 있는 사람들은 꼭 이성을 잃은 부모님의 모습을 보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