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패번외_나 이렇게 바보같이 산다_1화 / 보라
할머니는 죽고 없는데 할머니가 다져놓은 마늘은 왜 남아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사람이 죽으면, 죽을 때 그 흔적도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 마늘을 다진 사람은 죽었는데 다져진 마늘은 왜 남아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할머니가 죽을 때 같이 사라졌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다진 마늘은 우리집 냉동실에 있다. 나 혼자 그걸 다 먹게 생겼으니 1년도 더 먹겠다. 대체 몇 개나 다져놓은 거야.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할머니 친구는 한명도 오지 않았다. 할머니의 인간관계였던 노인정과 성당은 코로나로 가지 않은 지 오래고, 아는 연락처도 없었다. 다~ 그렇지, 그래 다~ 그런 거다. 하지만 다 그렇다고 모두 다는 아니잖아. 나는 할머니가 다니던 성당에 찾아가 미사봉헌을 신청했다. 미사를 드리는 날 할머니집에 주차해놓고 성당까지 걸어가는데 이 길을 할머니가 걸었을 거라는 생각에 눈물이 주룩났다.
하지만 길은 여러갈래고 내가 간 길은 할머니가 걸었던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어떤 길로 성당을 다녔을까. 이건 할머니가 살아있었을 때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던 거다. 왜 죽고 나면 이런 게 궁금해지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원히 대답을 들을 수 없고 십여 년 만에 성당에 온 불량신자인 나는 마지막 기도만 펑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