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패번외_나 이렇게 바보같이 산다_2화 / 보라
우리집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던 적 없다. 그게 뭐 대수인가. 그치만 왜 없었고니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트리라는 거 꽤 비싸다. 우리 부모님이라면 그 돈이면 다른 걸 하지, 했을 거다. 아니 그 전에 크리스마스 같은 걸 즐기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라고 다 같이 모여 밥을 먹거나 케이크를 먹거나 한 적도 없고, 아주 오래전에 과자 꾸러미를 받은 기억만 난다.
크리스마스가 특별하지 않은 가족에게는 트리며 케이크며 선물 따위도 준비할 필요가 없어진다. 왜냐하면 아무 날도 아니라서. 그리고 트리가 있으려면 그걸 넣어둘 공간도 있어야 하는데 살림살이로 넘쳐나는 4인 가족의 집에 그런 공간이 있을 리 없고 트리 같은 거 있으면 오히려 애물단지가 되는 거다. 그런 집에서 나고 자란 나는 단 한 번도 진심으로 트리를 갖고 싶고 꾸미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다. 가끔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갖고 싶어하는 마음, 그런 작고 사소한 마음도 다~ 배우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집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던 적 없고, 그래서 난 그걸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대신 슈톨렌. 슈톨렌은 먹고 싶다. 작년에 선물 받은 슈톨렌을 집에 가져갔더니 온 가족이 냠냠 먹었다. 우리집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있었던 적 없지만 슈톨렌이 있었던 적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