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좋소 (2021) 시즌 1-3
2021년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는 단연 좋좋소 입니다
애초에 이 영상물을 드라마로 분류해야 하는지, 영화 혹은 숏필름으로 봐야 할지, 유튜브 영상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들기는 하지만, 드라마의 포맷을 가진 유튜브 영상 정도로 정의하면 될듯 합니다
이 글에서는 드라마라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해석에 있어서 약간의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습니다
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히는 적지 않지만, 정 사장이 이 과장에게 건네는 대사입니다
의리? 무슨 의리?
이과장은 정사장과의 의리로 다소 아쉬운 조건에도 회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겼지만,
정사장은 이과장에게 임금을 제공함으로써 충분히 할 일을 다 했다 생각했겠죠
전형적인 노사 관계이자, 갑을 관계를 관통하는 대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거 아닌 듯한, 툭 던져지는 대사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러프함으로 현실의 쌉싸르한 맛을 잘 살려낸 장면이기도 했구요
이 드라마는 이런 거칠거칠한 맛으로 보는 재미가 톡톡합니다
좋좋소의 성공은 여로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별 다른 특기가 없어 중소기업 외에는 갈 곳이 없는 청년의 취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현 시대의 시선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며, 그러한 기업에 다니는 인물들의 군상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지나치게 낮은 임금과 처우에 대한 이야기도 간접적으로 들어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드라마가 그러한 시사점들에 대해 콕 집어 논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가 그런 사실들을 느끼게 되는 것이겠지요
좋좋소를 보며 사람들이 그들의 모습에 재미를 찾으면서도 공감을 하게 되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옳고 그름을 가르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담담하게 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클로즈업으로 바라본 삶은 비극이지만, 롱샷으로 멀리서 바라본 삶은 코미디이니까요
한 댓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대기업이 미생이라면, 중소기업은 좋좋소다
단순히 그 소재만을 말한 것이 아니라, 제작 방식이나 규모, 내용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을 생각해볼만한 댓글이라 생각합니다
좋좋소의 가장 큰 차별점은 그 플랫폼에 있습니다
흔히들 드라마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방송국, 그 다음이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일 것입니다
그 와중에 유튜브에 드라마를 업로드 한 것이죠
이러한 결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을 것입니다
투자를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 제작 방식이 아니기에 소자본으로 기획해야 했을 것이고,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었을 것이기에 제작 계획도 불투명했을 것입니다
동일한 이유로 섭외와 편집 과정에도 큰 어려움이 따랐겠죠
사실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서 예측하고 제작을 시작한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화면 밖 제작자들의 성격상 그저 좋은 기회와 인연이 생겨 일단 시작해본 것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오히려 좋좋소의 성공에 밑거름이 되었다 생각합니다
기존에서 탈피한 제작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온게 주요한 성공 요인이니까요
오히려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선택했기 때문에 가져갔던 이점들도 있습니다
유통 배급사나 투자자들의 입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도가 가능했고 방송사의 간섭 없는 제작이 가능했죠
그와 더불어 한 편당 10여분의 짧은 호흡과 걸러지지 않은 B급 감성이 더욱 그 매력으로 잘 작용했습니다
잘 보면 촬영마저도 완벽한 동선을 따르지 않기에 흔들리는 시선이나 호흡과 같은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사운드에 있어서도 인위적이지 않은, 잡음 섞인 녹음을 보여주기도 하구요
이러한 결핍들이 모여 현장감을 생동감있게 전달하게 되었다 생각합니다
특정 에피소드부터는 영상 내에 간접광고를 포함하며 새로운 BM을 시도했는데,
영상 시작 몇 초를 광고에 아예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로부터 응원을 받기도 했죠
이는 시청자들이 좋좋소라는 시리즈에 대해 가지는 친밀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했습니다
기성 방송국의 ppl 방식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을 반영하는 사례이기도 했구요
저는 좋좋소를 보면서 이제는 그야말로 뉴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느꼈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미디어의 중심이 극장과 tv에서 ott로 이동했던 것처럼, 어쩌면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도 그러한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은 아닐까 하고요
사실 유튜브에 전문적인 영상 제작자가 합류한지는 꽤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그 규모나 적극성에 있어서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또 한가지 느낀 점은 숏 필름이 대세가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언제든 흐름을 맺고 끊을 수 있는 넷플릭스 마저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데에는 유튜브와 같은 짧은 영상 매체의 영향이 분명할 것입니다
크게 유행하던 틱톡과 같은 매체도 그렇구요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의 릴스와 같은 플랫폼 또한 이러한 니즈를 반영한 것이겠죠
모두가 알다시피 미디어 시장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더이상 방송국은 최상위에 서있는 미디어 공룡이 아니며, 시청자들 또한 이들에게 메달리지만은 않습니다
방송국 아니어도 컨텐츠 제공자는 많고, 더 재밌는 것은 무궁무진하죠
한 때는 방송국에서 제공하는 컨텐츠에 아쉬운대로 만족해야만 했던 시청자들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전혀 달라졌습니다
그에 따라 방송국들의 고민도 점차 깊어집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컨텐츠, 재미, 방법, 플랫폼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이상 영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들도 느끼고 있을테니까요
과연 이들은 트렌드의 변화라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시청자들의 마음에 들어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요?
어느덧 시대의 흐름이 바뀌며 정 사장의 대사는 시청자들이 방송국에게 건네는 말이 되었습니다
의리? 무슨 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