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느니만 못함 보다 나은 것
바둑 프로기사로서 명절마다 좋은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한국기원과 프로기사회 두 곳에서 명절 선물을 보내준다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매년 들어오는 선물이 다르다는 것인데, 이번 추석을 앞두고 한국기원에서 그라인더에 내리는 커피를 보내줬다. 약 2년 전에는 농심 라면 세트를 보내줬었는데 어째 점점 선물 목록이 특이해지는 것 같다.
8년 전 프로기사회 총무를 했던 시절 회장이었던 김효정 프로는 이왕 보내는 선물이라면 좋은 것을 보내야 사람들이 좋아한다며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나와 같이 의논하기도 했었다.
몇 달 전 강화도의 한 지인 분께서 선물이라며 전복세트를 보내주셨었는데, 그 전복 한 마리의 크기가 거짓말 살짝 보태서 성인 주먹 크기만큼 되었다. 그 전복을 받아보고 가족들 모두 깜짝 놀라며 이런 선물은 처음이라고 말했었다.
만약 누군가에게 대접을 하거나 선물을 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할 상황이라면 반드시 우선 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의 입장에서 정말 놀랄 만큼 좋은 것'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친한 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놀 때 크게 한 턱 내라는 의미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무언가를 주려고 하면 내가 얼마만큼 아낄 수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먼저 따지게 된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나의 생각은 돈을 아끼면서 적당히 줄 수 있는 무언가만 계속 찾게 되기에 선택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정말 놀랄 만한 것을 주려고 마음먹으면 돈은 많이 들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어중간하게 주는 것은 차라리 안 주는 것만 못하다. 상대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줄 거면 아예 잘해줘라. 어중간하게 주면 주고도 욕먹는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