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이 안 된다면 보세요
난 9살부터 바둑 도장에 다니면서 매일 바둑 연구를 했었다. 당시 초등학교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12시까지 오전 수업만 받고 오후에는 바둑 도장으로 출퇴근하는 삶을 6학년까지 살아왔었다. 어느 날 저녁 바둑 도장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 바둑 선생님께서 나를 비롯한 아이들을 모아놓고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눈 감고 양반다리로 앉아서 움직이지 않고 오래 버티는 1등에게 상을 줄 거야" 그 당시 나를 포함해서 약 20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처음 1분 간은 굉장히 조용했다. 한 3분 즈음 지났을 때 몇몇 아이들의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5분 즈음 지나니 중간에 포기하는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난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거의 끝나갈 때 즈음 옆에서 누가 내 다리를 꼬집는 것이 아닌가? 순간 욱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냥 참기로 하고 가만히 있었다. "자 이제 눈 떠" 그 말에 눈을 떠보니 다른 아이들은 전부 포기했었는지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자 1등은 너다" 그렇게 바둑 도장에서 처음으로 명상(?) 1등을 해봤다.
나는 남들보다는 집중력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어렸을 때 주위 어른들도 그런 말을 많이 했었고, 나 스스로도 뭔가에 몰두하면 엄청 파는 성격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도 사람인지라 어떤 상황에서는 집중을 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30년 동안 집중력으로 먹고 살아온 내가 생각하기에 집중이 안 되는 이유는 굉장히 복합적인 것 같다. 환경, 마인드, 건강, 감정, 인간관계, 돈 등등 때로는 한 가지 때문일 수도 있고 때로는 복합적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내 경험담을 하나 더 써보겠다. 바둑 프로가 되고 1년 후 나는 수많은 대회 본선에 진출했던 나름 잘 나가는 프로기사 중 한 명이었다. 그런 나에게 큰 징크스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방송 대국 징크스'였다. 평소 대회장에서 두는 바둑은 내용이 좋은데 카메라로 생중계를 하는 대회만 하면 내용이 엉망이 되는 것이다. 당시 방송 대국에서만 10연패를 했으니 말 다했다.
그때 내가 집중을 하지 못했던 이유를 나중에 생각해보니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가 원인이었던 것이다.
'방송에 비춰지고 있는데 실수를 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니 집중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징크스는 한참을 지나서야 깰 수 있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자신감을 되찾아서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어떤 상황에 처했건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일어나지 않은 미래 때문에 걱정하지 말고 온전히 그 상황에 몰입해라. 집중에 대한 여러 상황은 다음 글에서 또 이어서 써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