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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한수 Sep 21. 2023

잡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생각을 다루는 방법

오늘도 공사 현장에 나갔다가 오후 늦게 집으로 왔다.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마셨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나니 배가 불러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귀찮은데 그냥 침대에 누울까 생각을 했지만 매일 글을 쓰겠다는 다짐이 떠오르면서 가방을 메고 집에서 나왔다. 집 앞 도서관에 들어와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려고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잠깐 자려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10분 타이머를 맞추고 책상에 엎드렸다. 참 재밌는 게 시간을 맞춰놓고 휴식을 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불안감이 든다. '벌써 한 5분 지난 것 같은데? 지금 귀에 들리는 노래가 세 번째 곡이니 10분 다 된 거 같은데? 시계를 봐야 할까? 쉬고 싶은데 생각이 멈추지 않잖아!!' 결국 타이머가 울리기까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념들과 싸우다가 깼다.



이렇게 휴식을 할 때도 잡생각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히 짧은 시간을 정해놓고 쉴 때도 온갖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가? 내 마음속에 있던 무의식들이 나의 생각을 떠다니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2003년에 바둑 프로기사가 된 후에 바둑을 배우는 후배 중 한 명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노래가 계속 반복재생되는데 노래가 안 떠오를 방법이 없어요?" 이게 무슨 상황이냐면 바둑은 각자 제한시간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사용하여 생각하고 다음 수를 두는 게임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는 많은 생각과 고민이 필요해서 장고를 하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노래가 계속 나온다는 것이다. 난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거 나오지 말라고 생각하면 더 나와. 그냥 나오는 대로 놔두고 바둑판을 보다 보면 내가 느끼지도 못한 사이에 저절로 없어져"



많은 사람들이 잡념을 없애기 위해서 그것을 그만 나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의 뇌는 신기하게도 그것을 더욱 선명하게 떠올린다. 잊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때는 그냥 놔둬야 한다. 정확히는 살짝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것이다. 마치 '나'라는 사람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여러분이 산 위에 올라가서 아래 걸어오는 사람을 위에서 내려보듯 눈을 감고 내 모습을 내려다보는 것이다. 그렇게 상상을 하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잡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잡생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그냥 가만히 놔두고 바라보면 그것을 잊기 위해 힘쓰는 것보다 훨씬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은 30년 간 바둑을 하면서 내가 집중을 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경험담이다. 아마 사람마다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한 번 믿고 사용해 보라. 의외로 좋은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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