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철학이 필요한가

by 배작가

철학 교수이자 사업가인 Damon Horowitz씨는 TED talk “Philosophy in Prison”에서 다음과 같이 철학을 정의한다.


We are here for knowledge. Our enemy is thoughtlessness. This is philosophy. (우리는 지식을 위해 이곳에 있다. 우리의 적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철학이다.)


나는 이보다 더 철학의 필요성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최근 가슴 아픈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의 가장 큰 비극은 리더들이 생각하지 않았음이고, 이는 곧 대한민국에 철학이 부재되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생각하고 있는가. 즉, 철학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로댕과 같이 가만히 생각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비생산적이고 비현실적인 몽상가라고 치부해버리는 한국에서는 특히. 철학 수업을 두 개 신청했더니, 내게 철학할 시간에 비즈니스 수업 하나 더 들으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 곳이 한국이다. 나 철학과인데.


신기한 일이다. 미국에서 철학 수업을 들을 때 ‘너 그 수업 왜 들어? 왜 철학해?’ 하는 질문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런 질문이 가능하다고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어느 분야의 철학을 좋아해? 어떤 철학자를 좋아해? 왜?’ 이런 질문은 늘 기대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이런 결의 질문은 철학의 필요성을 기본 전제로 한 질문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부쩍 철학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찾지 못하면 그럴듯하게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단도직입적으로 철학의 필요성에 대해서 묻는다.


왜 철학해?

대한민국의 꽤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필요로 하지 않고, 그 필요성 자체를 모른다는 그 말에 깊게 공감하는 바이다.

요즘에서야 인문학이다 철학이다 유행처럼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긴 하지만, 정말 이 유행을 계기로 철학을 진지하게 학문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철학 콘서트, 인문학 세미나 같은 단타성 이벤트에 단순 참여하며 그 유행에 발맞춰감으로 뿌듯해하는 사람은 꽤 많을 것 같기도 하다. 철학은 일평생 해도 ‘철학을 공부했다’라고 말할 수 없다. 윤용선의 “울기 좋은 방”에서는 ‘평범한 감정을 고백이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묻는다. 고백이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생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유명 철학자의 말을 귀로 듣는 게 아니라 일생으로 하는 것이다.

내게 철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기 전에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삶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내게 철학이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냐의 질문은 네게 “사는 게”(live)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과 같다. 삶에 있어서 철학은 당연히 함께 하는 게 아니던가. 생각하지 않는 삶은, 철학하지 않는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는 철학의 필요성에 대해 묻는 사람에게 되려 묻고 싶다. 우리 사회가 철학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뭘까.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에 철학은 무슨 영어나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철학이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청소년기 이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철학을 시작해왔다. “우리는 어떻게 태어난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이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게 된 것인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우리는 단순히 과학적 측면에서 교육받아오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자신이 하는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이 철학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을 안다면, 이를 진지하게 탐구해가는 학문이 철학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굳이 철학하는 것이 대단할 것도 거창할 것도 없는데 말이다.

문득 나도 내가 미국에서 첫 학기 때 교양으로 들은 “The Place of Person”이라는 과목을 듣지 않았더라면 내가 평소에 궁금하던, 생각하던 질문들이 철학적 질문이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득하다. 그 수업은 “who am I”를 넘어 “what am I”를 질문하는 철학 입문 수업이었다. 이 수업에서 나는 내가 막연히 던져왔던 자기성에 대한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답들이 너무나도 논리적이고 체계적이게 도전되어 정리되어 왔었구나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이라는 환경 속, 훌륭한 교수님 밑에서 동기들과 철학을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은 대학생으로 누릴 수 있는 엄청난 특권이다. 요즘 유행하는 철학 콘서트가 단순히 반짝하고 사라지는 트렌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철학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생각함을, 철학함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멜랑콜리로 멜랑콜리 극복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