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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작가 Jun 19. 2024

계속 이딴 식으로 살 수 있을까?

그러게? 이렇게도 사네?

0. 지난 1.5년 동안의 백수 아닌 백수 생활에 대해서. 퇴사를 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사무실에도 출근하지도, 고정된 회의를 하지도 않았다. 매일매일 다른 하루를 꾸리며, 많은 이들의 눈에 "저, 백수에요"라 설명해도 충분한 하루를 살았다.



1. 고정 수입은 반이 넘게 줄었지만, 내 손에 잡히는 가용 시간은 2배가 넘게 늘었다. 매일 2시간씩 요가 수련을 하고 (4시간씩 하는 날도 있다), 매일 새로운 카페에 가서 2만 원을 쓴다. 매일 책 한 권을 독파하고, 매일 뜨거운 욕조에 몸을 지진다. 매일 나일이 똥을 두 번 이상 퍼주고, 10분 타이머를 맞추고 온몸으로 놀아준다. 다낭, 오키나와, 괌, 클락, 양양, 여수, 그리고 발리에 다녀왔다. 발리에는 꽤 오랜 시간 머물렀다.



2. 마냥 놀고먹은 건 아니고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1월에 <무기가 되는 글쓰기> 책을 출간했고, 2월에 3쇄를 찍었다. 4월에는 난생처음 내가 쓴 글로 출판사 돈을 받아봤다. 인세라는 이름으로 들어온 돈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연이어 클래스 101에서 글쓰기 강의를 출시했는데, 4시간 만에 얼리버드가 완판됐다.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연이어 굴지의 삼성전자에서 3시간 동안 카피 라이팅에 대해 논할 수 있었다. 연이어 <플러팅 영어>를 내 손으로 쓰고, 내 손으로 팔았다. 11,349% 펀딩율을 달성하고도, 5.0/5.0 만족도를 만들었다. 짬짬이 웰니스 브랜드 하나를 만들었고, 미국을 겨냥한 다른 웰니스 브랜드 하나를 추가로 준비 중이다.



3. 적고 보니, 정말 마냥 놀고먹은 건 아니다. 오늘은 내가 나이 서른 먹고, 변변한 직장 없이 <실존주의>, <죽음 불안> 따위에 대해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며, 현실 감각 없이 사는 게 웃기다고 선포한 날이다. 그래서 현실 감각이 마냥 없는 건 아니라고. 손수 적어 내게 직접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4. 계속 이딴 식으로 살 수 있을까? 1년하고도 반을 이렇게 살았으니, 이렇게 한 번은 더 살 수 있을 것이다. 그게 3년이 되고, 5년이 되고, 10년이 되어, 이렇게도 살수 있다고. "그러게? 이렇게도 사네?" 나 스스로에게 직접 증명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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