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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작가 Jul 09. 2024

내 애인은 어떤 여자와 매주 월요일 점심에 만나곤 했다

꼬박꼬박 만났다

0. 내 애인은 어떤 여자와 매주 월요일 점심에 만나곤 했다. 꼬박꼬박 만났다. 매번 샐러드를 먹는다고 했다. 질투는 이럴 때 부리는 건가? 중히 고민했다.

1. 가까운 이들에게 나는 대게 질투도 없고, 감정도 없는 인간이다. 작은 편도체로 태어난 게 분명하다는 소리를 듣고는 기뻤다. (편도체 크기 자체가 작으면 감정 인식 및 처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2. 이럴 때 질투가 요긴한 건지, 저럴 때 감정을 부리는 건지 찰나의 여백을 두고 고민해 본다. 사람들이 삐걱거리는 찰나를 알아볼까 두렵다. 

3. 나는 내가 진짜 질투할 때의 감각을 안다. 그것은 쥐가 심장을 가곰가곰 잘근잘근 씹어 먹는데도, 복강에서는 웃음이 빼어나오는 기운이다.

4. 미치광이의 애씀이다.

5. 서울국제도서전을 동행해 준 친구에게 책을 사줬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책이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제목이 썩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다산 출판사에서 잉태한 책이다.

6. 곧장 필사까지 하며 읽기에 돌진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읽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은 해낙낙하다. 마지막 장에서는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엄지손가락을 굽혀 미간을 짚었고, 고개를 숙였다. 다 큰 애가 울고 있었다.

7. 나는 얼른 옆에 딱 붙어서는 어떤 문장이었냐 물었다. ’위로를 먼저 해줬어야 했나?‘ 사회인으로서의 자각이 지나갔으나, 시간은 자각을 앞선다. 그가 가리킨 문장을 소리 내어 같이 읽었고, 나도 울었다. 나도 울고는 분했다. 내가 준 책을 도로 뺏고 싶었고, 실제로 뺏어왔다. 내가 읽을 것이다.

8. 그 책을 침대맡 위에 올려다 두고는, 다른 작가님의 책부터 집어 들었다. ’터무니없는 것을 받아들어야 할 때 믿음은 아주 유용‘하다는 문장은 정확히 내가 쓰고 싶었던 문장이다. 치사하다. ’어두움을 만드는 것은 전구‘라는 표현은 더 치사하다. 대극의 개념을 이리 쉽고도 세련되게 말하는 것은 불법이다.

9. 읽다 말고 다급히 책 앞면과 뒷면을 뒤적거린다. 초판이 언제 인쇄됐는지, 현재 몇 쇄까지 발행됐는지 살펴본다. 69쇄라는 숫자를 보고 끄덕이며 질겁한다. 6969쇄였어도 끄덕였을 것이다. 1쇄와 69쇄 사이의 기간을 가늠하며 이 책의 밀도를 절절히 느낀다. 네이버에 작가 이름을 치고, 그 자리에서 그의 다른 책을 구매한다. 씩씩거리며 주문해놓고, 언제 오나 택배사 문자를 흘깃거린다.

10. 질투가 그득그득한 이 세계가 좋다. 읽고 쓰는 세계는 무한하기에, 질투를 정복할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얘랑 평생 살면서, 비죽거리는 웃음을 참고 심장을 내어줄 수밖에.



<질투>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듯


서울 국제 도서전으로 출발!
감동적인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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