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오직 나 자신을 위해 일할 것
23년 1월 9일 오늘 퇴사 의사를 밝혔다. 만 5년이 꽉 차는 1월이었다. 하나 둘 팀원들을 떠나 보냈을 때, 그들의 끝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유를 하고 얼마부터 세차가 가능한지 물었다. 진작이 방문 세차도 정지를 두었고, 마사지권도 쿠폰을 다 소진하자 연장을 말았다. 집으로 오시는 청소 아주머니의 방문 주기도 일주일에서 한 달로 기간을 늘렸다. 집으로 오시는 요가 선생님도 어쩐지 오늘 30회 차로 마지막 날이라고 하셨다. 연장이 어렵다는 말을 오늘은 아꼈다. 수요일쯤 당분간 쉬어가야겠다는 말씀을 드려야지, 캘린더에 마크해두고 말았다. J는 백수가 되어도 J다.
주유 3만 원이면 기계 세차를 5천 원에 할 수 있었다. 8만 원은 넣어야 가능한 줄 알았는데 섬뜩 놀랐다. 기분 좋게 5만 원만 주유하고 세차를 돌렸다. 회사원의 나는 연비고 뭐고 주유소 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늘 연료통을 가득, 무겁게 채우고 다녔다. 경유로 묵직한 차를 몰면 고급차를 모는 것만 같았다.
차를 매일 쓰지도 않았는데 어쩌자고 매주 만 얼마씩 방문 세차에 돈을 써댔들까. 집 주차장에 도착해 내 6년 차 파트너 블레어의 물기를 닦아냈다. 물기 한 방울 한 방울에 5년간 회사에서 삼킨 말, 삼킨 영혼, 삼킨 나를 위로받았다.
집에 오자마자 그래도 프로답게 인수인계서를 기갈나게 만들까 하고 각을 잡았다. 그러다 백수 때 하고 싶었던 일 리스팅을 먼저 할까, 아니다 이 사실을 부모님께 알려야 하는데, 여행은 언제 갈까, 미국 비자도 지원 해야 하는데, 다 됐고 추후 커리어에 대한 흔들림 없는 선언부터 먼저 적어야지, 하고 보니 오늘 하루 종일 밥을 못 먹었음을 알았다. 3시간 동안 대표와 세상 불편한 대화를 한 후였다. 머리가 핑 돌았다.
든든히 배를 채운 나는 고용되지 않고 고용하지 않는 삶을 선언한다. (1) 앞으로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오직 나 자신을 위해 일할 것, (2)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일하냐는 내가 정할 것. 내 결정권이 없는 환경에 날 버리지 말 것, (3) 단발성 일에 날 버리지 말 것. 추후 파이프라인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여부를 꼭 확인할 것.
이는 곧 누군가와 협업은 할 수 있지만 누군가를 위해 일하지 않음을 말하고. 내 일에 라이프스타일을 맞추는 게 아닌 내 라이프스타일에 내 일을 맞추겠음을 말한다. 그리고 아무리 유혹적인 프리랜서 제안이 오더라도, 한 번 투입된 리소스가 지속적인 수입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단호히 거절해야 함을 말한다. 이는 곧 첫 번째 선언과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