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을 문장화하는 사람이 희귀하기에, 희귀한 마음을 살 수 있다.
학창 시절 나를 먹여살린 언니들이 있다. 떡볶이를 해먹이고, 통계학을 가르쳐 주고, 내가 좋아할 글을 보내주고, 불안을 안고 자는 내 옆에서 울어준 생판 남인 언니. 엄마가 나한테 왜 잘해주는지도 의심을 품는 마당에, 이들이 나를 왜 먹여살리는지는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성인이 된 나는 그들의 부탁에 묻고 따지지도 않는 마음을 내어줄 수 있다. 그들은 내 마음을 샀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통과해 만들어진 그 마음은 단단하다.
그럼, 고객의 마음도 살 수 있는 걸까? 끝맺음에 5분간 힘을 줘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예로 나는 글쓰기 과외 후에, 고객인 학부모에게 매번 5분 편지를 썼다. 그들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자식이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까막눈으로 전전긍긍한다. 오늘 자식의 컨디션이 어떻고,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고, 어떤 부분을 어려워했고, 숙제는 뭐고, 다음 시간엔 뭘 공부할 건지 문자 또는 카톡으로 보내드렸다.
이런 선생님은 처음 봤다고 했다. 나도 중국어 과외를 10명도 넘는 선생님께 받아봤지만, 매 과외 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복습 노트를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과외 후 5분으로 학부모의 마음을 샀고 수업 결과로 신뢰까지 얻고 나니, 글쓰기 과외뿐만 아니라 대학 입시 원서 컨설팅까지 맡게 되었다. 학부모는 첫째를 맡기면 둘째를 맡겼고, 둘째까지 대학을 보내자 친구 자식을 소개해 줬다.
다른 예로 <대화의 밀도> 책에는 환자가 고통을 표현하는 문장(예: 무릎이 망치로 치는 것처럼 아파요)을 적어두는 의사 이야기가 나온다. 의사는 환자의 다음 방문 시 환자가 쓴 표현을 그대로 써서 물어본다. “무릎이 망치로 치는 것처럼 아프다는 건 좀 어떠세요?” 의사는 5분도 걸리지 않는 기록으로 환자의 마음을 사지 않았을까?
어떤 만남이건 만남 후 5분간 시간을 들여 이 만남을 문장화하거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다. 밥을 대접받았으면 잘 먹었다, 누군가 대표로 결제 후 송금 금액을 알려줬으면 계산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된다.
미용실을 떠나는 길에 디자이너의 문자를 받았다. “말씀드렸지만 내일까지는 머리 감지 말고, 찝찝하면 물로만 감고요.” 다음 방문은 8월경 하라며 선불권 잔액이 얼마가 남았다는 내용이었다. 만남을 문장화하는 사람이 희귀하기에, 희귀한 마음을 살 수 있다.
+) 사진은 학부모의 마음을 산 5분 편지의 기록 그리고 그들의 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