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신혼여행으로 고작 2주만 주는 거야? 어? 2주도 긴 거래?
나는 백수, 휴직, 이직 준비 중, 갭이어, 안식년의 시간을 47일째 보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단어는 없다. 나는 이직을 준비하고 있지도 않고, 그저 놀고먹지도 않으며, 다음 행선지가 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백수와 셀프 데이트를 47일째 하고 있다고 해야겠다. ‘셀프 데이트’는 내가 만든 단어라, 네이버에서는 검색이 안된다.
2023년은 내가 내게 최고의 애인이 되어, 나와 데이트하는 시간이다. 앞으로 내가 나와 더 잘 지내고, 내 삶의 형태를 스스로 빗어내고자 선물한 시간이다.
나의 셀프 데이트는 내가 지향하는 신혼여행과 그 성격이 비슷하다. 나는 신혼여행을 1년간 다녀오는 것을 희망하니까, 셀프 데이트 또한 약 1년을 잡는 게 적절한 결정인 듯하다. 너는 애가 참 세상물정 모른다는 아빠의 소리가 벌써 귓등 뒤로 들린다. 나는 내가 세상물정 모르고 살 수만 있다면, 최대한 오래 뭣도 모르고 살게 해주고 싶은데.
"왜 신혼여행으로 고작 2주만 주는 거야? 어? 2주도 긴 거래?"
결혼이라는 건 우리가 하나의 가정을 만드는 거고, 그 가정의 성격과 방향을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주도적인 결심이다. 앞으로 70년을 같이 살아야 하는데, 1년 정도는 우리가 함께 엇발 맞추고 청사진을 그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소리 했다가, 아이고 말을 말자.
어쨌든 나는 혼자라도 해야 한다. 앞으로 70년을 어떻게 살건지, 어떤 판을 깔고, 그 위에 어떤 시스템을 어떻게 올릴 건지 그려야 한다. 나는 전 세계가 아끼는 한국인 작가가 될 것이고.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존재하고, 일하고, 그리고 관계 맺을 것인지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1인 시스템을 만들 것이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겠다는 선언이다.
내가 원하는 시스템은 회사에서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아서, 다음 행선지로 회사가 고려될 수 없는 것뿐이다. 나는 회사라는 제도에 아무런 악감정이 없다. 퇴사 선동자도 아니다. 이 생각은 고작 셀프 데이트 한 달 후 생각이니까, 앞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이 골 때리는 생각들은 리뷰라 칭하겠다. 리뷰는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다.
리뷰를 시작하려고 보니, 서론이 길었다. 백수와 한 달을 데이트해 보니, 이 백수가 5가지 일을 하던데.. 그건 다음 에피소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