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잘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거저 잘 되고 싶어 하는 나를 본다
백수가 되어서 다섯 가지 일을 하게 되었다.
백수의 첫 번째 일은 매일 글을 쓰고 그중 34개의 글을 발행한 것이다. 글을 꾸준히 쓰면, 글쓰기를 잘하게 될 줄 알았지만 큰 착각이다. 내가 잘하게 된 건 "왜 실패는 이토록 쉬울까?"에 대한 3가지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실패가 쉬운 첫 번째 이유는 시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 "나도 운동하고 싶다" 말만 하면서 시작하지 않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는 그들이 뭔가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오랜 시간 하지 않으면, 애초에 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줄 알았지만 사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내 인생에서 과감히 삭제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내가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피아노에 크게 시간을 쏟지 않음을 인지했다. 피아노를 팔았다.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던 스트레스를 삭제했다.
실패가 쉬운 두 번째 이유는 야심 차게 시작했는데 한두 번 하고 말기 때문이다.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책에는 아이가 걷기 위해서 2000번 넘어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아이였을 때는 2000번도 넘어져서 "걷기"에 성공했는데, 성인이 된 나는 몇 번 하고는 “어, 쉽지 않네? 안 되네?" 한다.
사실 잘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거저 잘 되고 싶어 하는 나를 본다. 글 몇 개 적고 이게 터져서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심보를 본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고작 34개의 글을 발행했다고. 2000개도 안 하고 뭘 잘할 수 있길 기대하냐고.
실패가 쉬운 마지막 이유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떻게든 꾸준히 하고 있는데 실패할까 봐 두려워졌기 때문이다. 실패할까 봐 두려워 총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별게 다 증후군인 세상이지만, 가면 증후군이란 것도 있다. 자신의 성공이 노력이 아니라 순전히 운으로 얻어졌다 생각하고, 지금껏 주변 사람들을 속여 왔다고 생각하면서 불안해하는 심리이다.
나도 이 심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작가가 아닌 내 친구가 나보다 글을 더 잘 쓰는데, 내가 뭐라고 세계적인 작가가 돼? 내가 세계적인 작가가 됐는데,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나를 끌어내리려고 하면 어떡하지? 나를 실패로 이끄는 게 환경이나 타인이 아닌 내 스스로가 아닌지 물어볼 일이다.
내가 나 자신을 그 누구보다 먼저, 더 찐하게 인정해 주려 부단히 노력한다. 내가 아니면 누가 돼? 어떻게 나를 미워해? 하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작하지 않고,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그만둔다. 꾸준히 잘 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자기를 실패로 이끈다. 거꾸로 생각하면, 끝까지만 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끝이 저 멀리서 애달프게 느껴진다면, 이번 주만, 한 달만, 그리고 2000번만, 그리고 될 때까지 해보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