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끝이 다른 작가의 독서법

작가의 마음이 아찔하다

by 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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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제일 어렵고, 시험이 제일 쉬웠다. 단, 내 약점은 기억력이다. 한번 본 이미지를 뇌에 찍듯 기억하는 천재가 눈을 흘기게 부러웠다. 학창 시절 친했던 친구 이름을 졸업하고도 기억하지 못했고, 지금도 헷갈려 잠시 눈을 감는다. 기억을 더듬는다. 그래도 세상에서 시험이 제일 쉬웠다.

내겐 전략이 있었다. 출제자의 전략. 나는 시험 준비 전 두꺼운 교과서의 목차부터 살폈다. 내가 교수라면 어떤 목차를 가장 중요히 여길까? 각 목차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뭘까? 교수는 학생이 결국 다 까먹어도, 이것 하나만은 알고 갔으면 하면 마음이 있다. 교수의 마음으로 내게 모의 문제를 냈다. 그 문제를 중심으로 공부했고, 교과서를 보지 않고 빈 종이에 답을 적어봤다. 그러다 막히면 교과서를 다시 들쳐봤다. 들치는 아찔함은 반드시 그 답을 기억하게 했다.

메시지가 뚜렷한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소설이나 시집은 다를 수 있겠다) 책을 잘 읽고 싶다면 출제자의 전략을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출제자는 작가다. 작가의 전략은 목차에서 시작한다. 진짜다. 내가 작가를 하겠다고 설치며, 작가 되기 수업을 여럿 들었다. 하나같이 강조하는 포인트가 바로 목차다.

작가가 되려면 4개월 안에 책을 휘몰아 써야 하며, 이때 1개월은 주제, 2개월간 목차를 정하며, 나머지 1개월간 내용을 적으라는 가이드도 있다. 내용을 쓰느라 2년이 걸리는 거 아니야? 심각한 착각이다. 작가가 50% 시간을 할애해 세운 목차를, 독자인 우리는 쉽게 건너뛴다. 목차는 슬쩍 보고, 바로 본론부터 읽는다. 작가의 마음이 아찔하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떻게 책을 읽을까?

1. 겉면을 살핀다.

책의 겉면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 했건만, 일단 겉면을 봐야 한다. 책 제목, 책 앞뒷면, 책 띠, 책날개까지 겉면에는 뭐 하나 허투루 적힌 문장이 없다. 겉면은 작가와 그 가족, 편집자, 출판사의 고뇌가 담긴 진액이다.

2. 목차를 살핀다.

목차는 보통 4-5개의 큰 대 제목이 있고, 그 안에 7-10개의 소제목이 있다. 적어도 28개에서 50개의 소제목이 존재한다. 목차를 찬찬히 살펴보며, 각 대제목과 소제목에서 작가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상상해 본다. 각 제목에는 작가의 의도가 반드시 하나씩 스며있다.

3. 읽다가 다시 목차로 돌아온다.

한 소제목의 내용을 읽으면 다시 목차로 돌아온다. 목차만 보며 내가 방금 읽은 내용을 한 줄로 정리해 본다. 더 나아가 읽은 내용을 소제목이 잘 대변해 주는지, 목차 중 이 순서에 위치하는 게 적절한지도 점검해 볼 수 있다. 평가하는 의도가 아니다. 내가 작가 의도를 잘 따라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맥락이다. 한 대제목이 끝나면 다시 목차로 돌아와 정리와 점검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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