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하려고 내 골프 민낯을 깠다
뭐지? 목표를 세워도, 노력을 해도 안 되는 이유가 뭘까?
나는 오래전부터 골프 100타 깨기를 목표로 세우고 꾸준히 레슨을 받았다. 자꾸 안 됐다. 100은커녕 100 언저리도 못 갔다. 몇 년째 안 됐다. 프로 선생님을 여러 차례 바꿔보고, 더 좋은 기기를 가진 골프연습장도 바꿔봤는데 안 됐다. 스크린에서, 필드에서 화끈거리는 민폐만 주야장천 끼쳤다.
왜 골프가 이리도 안될까? 난 왜 재능이 없을까?한참 고뇌하다 알게 됐다. 이 깨달음이 제법 많은 배움의 목표에 적용됨을 발견했다.
1. 시력을 교정한다.
우리는 처음 시작해서 뭘 잘 모를 때 까막눈이라는 표현을 쓴다. 뭐가 잘하는 거고 뭐가 못하는 건지도, 뭐가 중요한 건지도 모르는 상태다. 시력을 교정해야 한다. 시력을 교정하는 방법은 크게 4가지다.
[1] 거시
[2] 기본
[3] 보완
[4] 기술
무슨 소리인가? 골프에 대입해 보자.
[1] 거시: 골프 원리 (예: 골프 클럽의 지렛대 작용, 골프공의 딤플 효과, 원심력과 구심력에 대한 이해)
[2] 기본: 골프 기본 (예: 그립, 스텐스, 얼라인먼트, 스윙, 퍼팅에 대한 기본기)
[3] 보완: 거리 조정력 (예: 다양한 거리에서 일관되게 공을 치는 연습)
[4] 기술: 게임 전략 (예: 위험을 감수해야 할 때와 안전하게 플레이해야 할 때를 전략적으로 탐색)
나는 골프 초보니까 믿을만한 대입은 아니다. 하지만 이 4가지 시력 교정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배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무작정, 무식하게 배우지 말자는 거다. 큰 그림은 어떻게 그리나? 골프 기본기 서적 목차를 봐도 좋고, 선배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보통 1개에서 1.5개 정도의 방법으로 시력을 교정해도 어영부영 까막눈은 벗어난다. 문제는 이때 냅다 선글라스를 끼게 된다.
2. 시력 교정과 선글라스를 구분한다.
골프에 있어 내가 선글라스를 낀 행위는 골프채 피팅을 한다던가, 필드에 나가서 잔디밥을 먹는다던가, 스크린 에티켓을 배우는 것 따위가 있다. 우습다. 이런 행위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내 시력이 선명하지도 않은데 겉멋 선글라스부터 껴서 되겠냐는 반성이다. 위 4개 방법을 모두 사용해 시력을 맞춰야 선명한 시력을 가질 수 있다. 선명한 시력을 가지고 나면 비로소 멋들어진 선글라스를 낄 수 있다.
3. 다른 배움에 직접 적용해 보자. 주식부터.
[1] 거시: 거시경제 (예: 금리, 인플레이션, 실업률의 변화가 주식 시장과 개별 주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
[2] 기본: 주식 기본 (예: 주식 재무제표 읽는 방법)
[3] 보완: 차트 (예: 이동 평균, 지지선, 저항선과 같은 기술적 분석 도구를 사용해 매매 기회를 파악)
[4] 기술: 심리학 (예: 두려움, 탐욕, 과신과 같은 감정이 트레이딩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
[+] 주식에 있어 내가 꼈던 선글라스는 뭘까?
주식을 감으로 하면서 경험치를 쌓는다며 자위했다.
글쓰기에도 적용해 보자.
[1] 거시: 메시지 (예: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 확립)
[2] 기본: 로직 (예: 메시지를 뒷받침하고 독자를 설득하기 위한 증거, 예시 및 논거의 사용)
[3] 보완: 수사 (예: 은유, 비유, 설득력 있는 호소 등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기법 사용)
[4] 기술: 형식 (예: 글의 대상과 목적에 맞게 글쓰기 스타일, 어조 및 구조를 조정)
[+] 글쓰기에 있어 내가 꼈던 선글라스는 뭘까?
팔리는 글의 후킹 문장만 주야장천 모아봤다.
앞으로 내가 쓰고자 하는 “팔리는 글쓰기”는 글 끝에 CTA를 붙이라느니, 숫자를 같이 써서 주목도와 공신력을 높이라느니 하는 기술적인 내용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다. 이 내용은 내 기준에서 선글라스를 끼는 행위기 때문이다. 팔리는 글쓰기를 하려면, 먼저 글쓰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말을 하려고 내 골프 민낯을 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