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쓴 카피 라이팅이 실패하는 이유

효용은 커녕 피해만 끼치는 고양이를 아끼게 됐다

by 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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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목적이 판매가 될 때, 무조건 먹히는 카피에 쉽게 손이 간다. 모르면 손해 보는 -, 오늘 놓치면 후회하는 -, 이런 카피를 받아 적는다. 이 접근이 잘못된 건 아니다. 뭐가 먼저일까? 지금이 카피를 들이밀 때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카피는 씨도 안 먹힌다.


내가 아닌 다른 상황에 대입해 보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내 상황이 되면 안 보인다. 카피 라이팅을 배워 사업에 적용했는데, 안 팔리는 건 매한가지라는 소리가 나온다. 나도 소리치는 광고만 주야장천 해온 건 아닌가 돌아본다. 시선을 고쳐먹는다. 아끼는 마음을 먼저 사야겠다 다짐한다.


아끼는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친구네 고양이를 아끼게 됐다. 꼬박 1년이 걸렸다. 이 고양이는 별 효용이 없다. 불러도 안 올까 봐 날 초조하게 만들고, 실제로 10번 부르면 8번은 안 온다. 꾹꾹이도 지가 하고 싶을 때만 해주고, 졸창간 내 요가 매트에 똥을 묻혔다.


효용은 커녕 피해만 끼치는 고양이를 아끼게 됐다.


아끼는 마음은 고객의 구매 여정에서 재구매 단계에 이른 것과 같다.


광고 노출, 고객의 관심과 고민, 구매 결정 단계를 넘어선 재구매의 단계. 고양이는 내 공간에 답답하리만큼 서서히 노출됐고, 내 시간에 스며들었다. 천천히 마음을 샀다. 그 마음은 아끼는 마음이 되어 나는 자꾸 재구매 버튼을 누른다. 고양이가 아무것도 안 판다 해도, 똥을 묻혀도 재구매 버튼을 누른다. 너의 검고 말랑한 앞발을 누른다.


아끼는 마음은 노출로 시작하는 걸까? 자꾸 내 집에 오면 되는 걸까?


아니다. 어릴 때 나는 같이 살게 된 고양이를 죽이기도 했으니까.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일어나 보니 그가 정말 내 침대 밑에서 숨을 거뒀다. 내 신성한 침대에 자꾸만 올라와 성가시게 했던 생명. 단순 노출, 특히 소리치는 광고로는 마음을 살 수 없다.


스미는 마케팅에 대해 생각했다. 요란하게 이거 좋아요, 사세요! 지금 안사면 내일 가격이 올라요! 음역대를 높이지 않고도, 자꾸 생각나는 스밈에 대해. 꾸준히 다각도에서 제품을 얘기하는 노출 방법에 대해.


그렇게 천천히, 스며 산 마음은 귀하다. 여기까지 글을 읽어 내려간 마음이 귀하다. 내 새끼발가락까지 살피는 요가 시간을 가지며, 맞아, 나는 효용이 없어도 존재해야 할 존재임을 깨달았더랬다. 효용은 커녕 피해만 끼치는 고양이도 내 마음을 잔뜩 받고는 등을 돌린다.


나는 깨달음을 주는 고양이를 아끼게 된 걸까? 웃기지도 않는다. 머리로 생각하는 효용과 내 마음이 가는 일에 간극이 생기면, 내 마음은 효용을 만들어낸다. 깨달음을 주는 고양이. 내 멋대로 고양이의 효용을 만들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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