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저주

이 사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또 저주에 빠지고 맙니다

by 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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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라임의 저주입니다. 래퍼도 아니면서 자꾸 라임을 맞추려 드는데요. 제가 최근에 겪은 저주가 웃기지도 않아 예시로 들고 왔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책의 대목차 초고입니다.

1. 팔리는 글쓰기 101

2. 억대매출 - 직장 밖 글쓰기로 0원에서 6억까지

3. 억대연봉 - 연봉 8배 성장시킨 직장 내 글쓰기

4. 억대가치 - 팔리는 글쓰기의 구조

보이시나요? <억대> 라임을 맞추려고 했던 몸부림이? <직장 밖 글쓰기>와 <직장 내 글쓰기>는 한 술 더 떴습니다. <글쓰기>의 반복도 모자라 직장 <밖>과 <내>의 대칭 라임을 부려본 겁니다.

왜 글을 쓰면서 라임을 맞추려 들까요?

심미적 욕구도 있고요. 글 안에서 안정감을 찾으려는 욕구도 있어요. 거실 왼쪽에 큰 식물을 하나 두면 오른쪽에도 대칭 맞춰 뭘 하나 둬야 될 것 같잖아요. 나아가 단어나 구를 반복하면 리듬감과 강조감이 부여되고요. 문장에 생동감까지 줍니다.

라임이 잘 사용된 예도 있어요.

“이젠 더 크고, 더 좋은, 더 놀라운” 아이폰 광고 카피입니다. “더”라는 단어가 세 번 반복되어 크기, 성능, 기능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라임이 곧 글의 질을 높이진 않습니다. 안정감 또한 내가 대체 어디 있는 줄 알아야 라임에서 안정감을 찾든 말든 하죠. 생판 안면 없는 무인도에 던져진다 상상해 봐요. 여기가 어디야?의 불안 위에서 나무들이 대칭으로 심어져있는 모양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강제적으로 라임을 맞추다가는, 대체 내가 지금 어디고 뭘 읽고 있는 거야? 사태가 난다는 거죠.

이 사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또 저주에 빠지고 맙니다.

<억대> 라임을 억지로 유지하려니 <억대가치>와 같은 두리뭉실한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고요. <직장 밖> <직장 내>의 대칭 구조를 맞추려고 하니 <직장 밖 글쓰기>가 뭐야? 하는 질문을 마주하게 됐어요. <글쓰기 부업>이 더 직관적인 표현인데 <부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싫었나 봐요. 겉멋만 들어가지고는. 쓰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또 다른 저주입니다.

글을 쓰고 있다면, 특히 판매가 목적인 글을 쓰고 있다면 라임 저주에 빠지진 않았는지 오늘 꼭 확인해 보세요.

저는 목차를 먼저 봐주신 선생님 피드백으로 저주 해독제를 마셨습니다. 개선된 대목차를 공개할게요.

1. 온라인에서 글을 파는 자세

2. 억대 매출 - 글쓰기 부업으로 0원에서 6억까지

3. 억대 연봉 - 연봉 8배 성장시킨 직장 내 글쓰기

4. 부업에서 퇴사로 가는 쓰기의 구조

5. 글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이 목차도 최종은 아닙니다. 마감 직전까지 개선의 공간은 차고 넘치죠.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글을 실시간으로 개선해나간 경험을 나눠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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