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페이지도 필요 없는 강력한 한 문장입니다
팔리는 메시지에는 반박할 수 없는 2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메시지를 마주할 때 도대체 뭘 파는 건지 즉시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기억하기 쉬워야 합니다.
팔리는 메시지는 이 두 가지를 확실히 잡아야 됩니다.
팔리는 메시지란 이런 겁니다. 바로, <딸기 모자 아저씨>와 같은 메시지. 상세페이지도 필요 없는 강력한 한 문장입니다.
어느 날 저희 집 앞에 <딸기 모자 아저씨> 가게가 생겼고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 시국에 딸기만 팔아서 장사가 되려나? 그리고 궁금했습니다. 이 한적한 동네에서 딸기만 팔겠다는 거야? 주인이 딸기 모자를 진짜 썼을까? 호기심과 의구심을 안고 며칠을 지켜봤어요. 언젠가 임대 스티커가 붙어있길래 올 게 왔구나, 망했구나! 했습니다. 하지만 임대 스티커는 딸기 모자 아저씨 옆 가게를 위한 것이더라고요. 안도감에 벅차 가게에 응원의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곳에 정말로 딸기 모자를 쓴 아저씨가 딸기를 팔고 있었습니다. 이 아저씨는 오후 3시쯤에야 가게 문을 열지만 몇 시간이면 딸기가 모두 팔려나갔습니다. 그냥 대박도 아니고 초대박을 치고 있었습니다. 아니 내 앞가림이나 잘하지 왜 이 아저씨를 걱정하고 있었던 걸까요. 옆에 서있던 한 아주머니는 딸기가 얼마나 맛있는지, 본인은 올 때마다 매번 10만원치 딸기를 사간 다는 말을 거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이 가게의 대박 요소 중 하나는, 딸기가 아주 맛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오직 딸기 맛 하나로 사람 마음도 살 수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만약 <아주 맛있는 딸기> 또는 <현우네 딸기>가 이 가게를 설명하는 메시지였다면 제가 이 정도로 호들갑 떨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딸기 모자 아저씨>는 문장도 아니네요. 무려 형용사조차 없는 명사의 조합이지만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딸기>라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딸기에 미친 아저씨>라며 자극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딸기 모자 아저씨> 이 메시지 하나로 아 딸기에 진심인 아저씨가 딸기만 파는 곳이구나를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메시지는 잊어버리기도 힘들어요. 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딸기였나, <가장> 맛있는 딸기였나? 헷갈릴 필요도 없습니다.
참 희한한 일입니다. 딸기 모자를 쓴 아저씨는 제 머리 중심에 자리 잡아, 떠나라 외쳐도 떠나질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