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이미지 혹은 워딩"의 단어 선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상사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한 끗 차이는 바로 상사의 마음을 메모했던 습관입니다. 그것도 상사의 마음 그대로 메모했던 일이요.
상사가 어떤 일을 지시하는 경우, 대게 명확한 비전을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사가 한 제품에 대한 상세페이지를 리뉴얼해 적으라는 지시를 했다고 합시다.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면 왜 리뉴얼을 하는지 물을 텐데요. 상사는 현재 페이지에서 결제가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구매 전환을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상세페이지로 업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것인데요.
이때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왜 현재 페이지가 구매를 충분히 유도하지 못하는지 분석하고, 어떻게 전환율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더 나아가서는 상사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물어볼 수 있습니다.
“혹시 광고를 보고 상세페이지에 들어오는 비율은 X% 이상인데, 페이지 내에서 이탈이 많이 생긴다는 걸까요?” 어쩌면, 고쳐야 할 것이 상세페이지가 아닌 광고가 아니냐고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광고에서부터 전환율이 낮다면 광고를 먼저 수정하는 것으로 작업 방향 자체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만약, 광고가 아닌 상세페이지가 문제라면요. 직접적으로 상사의 마음을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상세페이지 어느 파트에서 이탈이 나는지 살펴볼 건데요. 상세페이지 전환율이 안 나오는 이유를 지금 시점에서는 뭐라고 판단하시나요?” 그럼 상사는 상세페이지의 이미지가 매력적이지 않은 건지, 워딩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가 메모해야 할 것은 “X일까지 상세페이지 재작성"와 같은 어젠다뿐만 아니라 “구매 전환"이라는 목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상사의 마음인 “이미지, 워딩 중 문제 진단 필요"입니다. 이때 상사가 직접 뱉은 키워드를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메모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사의 마음은 <이미지>, <워딩> 중 어떤 것이 문제인지를 진단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 정보를 알고 작업을 시작하는 것과, 무작정 문제를 진단하고 일을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분석 결과, 광고에서 고객을 후킹 시키는 요소와 상세페이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았음이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게 정답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대로 상사에게 보고하면, 상사 입장에서는 자기가 생각해 봤던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찜찜할 수 있습니다.
“분석 결과, 광고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와 상세페이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상세페이지에서 이미지보다는 워딩의 문제일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워딩을 광고와 어라인 되도록 먼저 변경해 보고, X% 이상 전환율 변화가 없을 시 이후 이미지 영역을 작업해 보는 게 어떨까요?” 이와 같이 내가 지향하는 방향을 제안하되, 상사의 마음으로 리프레임해 말할 수 있습니다. 상사의 “이미지 혹은 워딩"의 단어 선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접근 방식은 미러링 효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상사와의 소통에서 상대방이 사용한 단어나 문장 구조를 반영하여 그가 전달한 아이디어가 존중되고 그의 시각을 공유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입니다. 상사는 본인이 그린 그림 안에서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며 안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