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해야만 ‘아’와 ‘어’가 다른 것을 감지하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음, 저라면 안 살 것 같은데요. 첫 문장을 좀 더 클릭을 유도하게 쓸 수 없나요?”
이 피드백은 싱싱함과 슴슴함이 누락되었다 생각합니다. 일단 좀 더 클릭을 유도하게 쓴다는 게 무슨 말이며, 저라면 안 살 것 같다는 감정을 넣을 필요가 있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유난히 예민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미 감정이 상했습니다.
과거에는 제가 유난히 예민하며 극성맞은 인간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쓰는 사람에 대한 옹호를 약소하게나마 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즉 창작을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예민할 수 있습니다. 예민해야만 ‘아’와 ‘어’가 다른 것을 감지하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감지하기 어려운 날에는 뭉툭한 글을 만들기 쉽습니다. 이렇게 쓰나 저렇게 쓰나 다 똑같지 뭐 하는 마음으로 쓴 글은 상사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타인이 쓴 글에 대한 피드백만큼은 쓰는 이의 예민함을 상정하고 전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극성맞은 쓰는 인간을 다루는 2가지 피드백 기술은 바로 피드백에 싱싱함과 슴슴함을 넣는 것입니다. 예시를 넣어 피드백이 살아 움직이게 하고, 감정은 배제한다는 의도를 두면 좋습니다. 피드백은 어디까지나 글에 대한 피드백이지, 글을 쓴 사람에 대한 피드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피드백의 대상이 글임을 종종 잊고, 글을 쓴 이를 향해 훈계를 하기 쉽습니다. 그때는 나도 모르게 감정이 개입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피드백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제품의 특징을 리스트 형식으로 설명하는 접근방식 좋은데요? 첫 문장만 보고도 문자를 오픈할 수 있도록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할인가와 같은 숫자를 강조하거나, 이벤트 마감 일자를 표시하는 것은 어떨까요?”
감정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슴슴해지기 가장 쉬운 방법은 피드백의 첫 번째 문장을 <인정>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글에서 좋은 점을 찾아 구체적으로 인정해 줍니다. 아무리 뜯어봐도 좋은 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는 두리뭉실한 표현도 좋습니다. 피드백의 첫 포문을 인정과 칭찬으로 시작하는 것은 글을 쓴 이와 연결을 만드는 행위입니다. 이 연결을 바탕으로 요구사항을 직구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예시를 들어 요구사항에 산낙지 같은 싱싱함을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