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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주 Oct 22. 2024

도서관사람들

06.  검은모자

어느 작가의 작품 

도서관에는 참 별의별 사람들이다 있다독서 또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오는 사람도 있지만 그 외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 알게 되었다. 그냥 머무는 사람, 쉬 오는 사람, 공공재를 소비하러 오는 사람 등이다. 나는 시험공부를 빙자하여 도서관 터줏대감이 되어가고 있는 시기지만 아직도 얼굴을 똑바로 못 본 한 사람이 있다. 그녀는 검은색 옷을 입고 마스크와 검은색 모자를 푹 눌러써 매일 '나 없지요'를 외친다. 

아픈가? 암 수술 환자인가? 이 더운 여름에 모자를 쓴다는 것은 분명 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니 온종일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 온 라는 나만의 상상이 끝도 없이 나온다. 

하루는 휴게실에서 모닝빵을 찢어서 후다닥 입에 다 넣기를 몇 번 반복하고는 마스크를 잽싸게 다시 썼다. 이를 놓칠세라 나는 딴 곳을 보는척하면서 힐긋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꽤 어리다. (웃음) '그렇지! 내 나이쯤 되면 30대, 40대를 봐도 어려 보이지.' 그녀는 더 깊게 모자를 눌러쓰고는 취침 자세를 취한다. 

머리카락이 안 보이게 모자를 푹 쓴 사람을 보면 나는 마음이 아프다. 아직은 그렇다. 나의 아주 친한 친구가 암 투병 중일 때 쓰지 않던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죽음이라는 것은 아주 멀리 있다는 나만의 생각으로 내 일상에만 충실하였다. 내가 보고 싶어도 더 이상 그 친구를 보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을 때 친구의 부고가 전해졌다. 그 친구는 '모자'를 통해서 "너랑 좀 더 자주 보고 싶어"라는 생각을 무언으로 전했는데, 나는 그것을 그녀가 더 이상 모자가 필요 없어졌을 때에야 알았다. '친구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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