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안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보았기 때문이야
드디어 너와 혼인신고를 하러 가는 날
결혼식은 내년 6월이지만, 신혼집이 7개월이나 일찍 구해지는 행운으로 인해 너와 혼인신고를 하게 되었어.
요즘은 결혼식을 하고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1년 뒤에 하기도 하고 최대한 늦게 하려는 경우도 주변에 많이 보았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너랑 할 거 뭐 하러 미루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
그런데 이게 또 남들이 보기에는 우리 관계에 대한 확신이 깊은 것처럼 비쳤나 봐. 결혼식장 버진로드를 밟는 날까지도 ‘이 사람하고 결혼하는 게 맞나?’라는 질문과 의심이 함께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야.
나는 구청에 너와 혼인신고를 하러 가는 날 ‘이게 맞는 건가? 이렇게 유부녀가 되는 건가?’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게 너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결혼 자체에 대해 느끼는 의구심이었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가는 느낌이랄까.
(배경음악: In to the unknown)
더 이상 나에겐 너의 직업이 중요하지 않아
너와 4년이 넘는 시간을 만나면서 우리가 넘어온 수많은 도전들로 너에 대한 확신이 두터워졌어.
너를 처음 만났을 때는 네가 지금까지 이뤄온 것들이나 가진 것들이 중요했지. 직업 같은 것들 말이야.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게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리더라고. 그냥 너란 사람이 너무 좋은 거야. 남들은 볼 수 없는 네 안의 보석이 반짝반짝 빛나는 걸 발견했거든.
나는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해.
건강도, 돈도, 직업도, 사회적 지위도… 다 우리를 스쳐 지나는 것들이고, 있다가 없기도 하고 다시 생기기도 하는 것들이야.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나의 배우자로,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는 것들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없을지라도 함께 손잡고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을 찾아왔어. 바닥에 넘어져도 손 한번 털고 다시 일어나서 내손을 붙잡고 일어나 줄 사람. 그런 강인함이 네 속에서 빛나고 있는 걸 보았어. 그래서 나는 너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거야.
그래서, 모든 것이 갖춰지지 않아도 괜찮아.
너와 함께 갖춰나가면 되니까.
지금 우리가 가진 것들을 손에서 놓기 싫지만, 그건 우리 뜻대로 안 되는 거잖아. 내 뜻대로 안 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괜찮아. 너와 나는 강인한 보석을 마음속에 지닌 사람들이니까. 지금까지 우리 삶에 부딪쳐 온 수많은 도전들을 넘어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거야.
그런 생각을 늘 잊지 않으려 하다 보니, 있다가도 없을 것들에 대해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지금 가진 것들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
요즘 정말 행복하다. 너와 결혼해서 정말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