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하수 Jun 05. 2020

언제나 스위치를 켜 두어야 할 곳

결국엔 육아


'스위치 ON'


온라인 세상으로 스위치를 켰어요.

사람들의 생각들이 글이 되고,
그 글들이 움직이며 다시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흘러들어 가는 곳.
신기하게도 그러한 생각들이, 글의 흐름들이 실시간으로 보이고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는 듯하면서도 깊이와 끝은 결코 알 수 없는 곳.
여러 개의 생각들과 글들이 부딪히기도 하고 합쳐지기도 하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곳.
늘 사람 에너지가 흐르고 생기가 넘치고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온라인 세상.
80년과 90년 사이에 태어나 익숙하게
속해 있었던, 속하고자 했던 온라인 세상이지만
때로는 엄청 낯설기도 하네요.
낯설지만 그 낯선 느낌이 마냥 싫지만은 않기도 하고요.

움직이는 활자들 속에서 유영하다가 보면
나도 잘 몰랐던 내 마음과 감정들을 우연히
캐치해내기도 하고 또 잃어버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잃어가면서 불필요한 것들은 하나씩 없어지겠죠.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면서도
결국에는 나의 중심을 찾아나가게 되는 곳.
많은 생각들이 부딪히고 또 교류되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들이 결국에는 표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하게.
때론 차갑지만 쏘쿨한 생각들과
늘어지는 듯해도 따스한 생각들이 만나는 곳.
다양한 생각들, 기회들, 만남들을 기대하며
결국에는 스위치를 on 하게 되네요.

'스위치 off'


하지만 인생에는 흑과 백이 있고 하루에도 낮과 밤이 있듯이 온라인 세상으로 향하는 스위치도 on/off버튼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아요. 스위치를 off 하면 일순간에 나의 정신세계가 고요해져요. 정신없이 밖으로 흘러가던 나의 생각과 에너지가 내 안으로 들어오게 되기도 하죠.
그렇게 끊임없이 순환되던 나의 생각들로 머릿속이 환기된 후 고요해지는 순간에는 나의 일상에 집중하게 돼요.
스위치 on 세상에서 불순물들을 제거해나간다면
스위치 off 세상에서는 내게 남은 것 중에서도
소중한 것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네요.
그래서 스위치 on세상에서의 의미 있는 충돌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스위치를 끄고 침잠하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정재승 박사가 '열두 발자국'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디아 밸'을 강조했나 봅니다.



첫째 아이가 아파서 입원을 했어요.
증상도 없이 고열이 나서 검사 중이네요.
곧 아이의 생일이 다가오는데 네 돌 치레인가 싶기도 하고, 오랜만에 하는 기관 생활에 그렇게 신나게 놀더니 몸살이 심하게 들었나 싶기도 하고 아무쪼록 가볍게 넘기길 바라며
새벽시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 척 뒤척이다가
차라리 깨어있기를 선택했네요.

2인실에 있는데, 문득 생각이 났어요.
2인실 가운데 있는 가림막 커튼이 꼭 스위치 같고
2인실 생활이 스위치 on/off세상과 닮아 있는 것 같아서요.
아이들의 웃음과 잠꼬대와 칭얼거림을 공유하는 곳,
함께 한 공간을 공유하지만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쉴 새 없이 배려하는 곳.





내 삶에 스위치를 늘 켜 두어야 하는 곳도 있더라고요.
'아이들을 향한 시선'

내 인생을 모두 바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로서 나이가 3살쯤일 때는
아이를 위해 나의 현재를 희생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직 엄마 나이 5살이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건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지금 이 소중한 시간들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있고,
그 시간들을 통해서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아이들은 그런 저에게 '성장'이라는 선물을 덤으로 주더라고요.
시간이 더 많이 흐르면 이 추억들을 하나씩 하나씩 야금야금 먹고 지내는 날도 올 것 같아요.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을 만큼
예쁜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어요.
병실에서도 나름의 예쁜 추억들이 있어요
둘이서 의기투합해서 아이의 소변 받기 이런 거...
남편과 둘째가 집으로 간 뒤
여자끼리 데이트한다는 마음으로 생활하자고 하니
금세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요.

나의 글로 사진으로 기록하기 이전에
아이들의  기억 속에 먼저 좋은 추억들을 차곡차곡
쌓아두고서는
여력이 된다면 그 후에 나의 공간들 이곳저곳에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호로록 먹고 싶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