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집 밥을 처음 접하면서 국내외 다양한 레시피를 찾아보고서는, 아… 이런 재료를 넣어야 하나? 이렇게까지 필요한 건가? 싶은 것들이 하나둘 눈에 밟힙니다. 그중 하나가 달걀 껍데기를 갈아 만든 '난각 가루'였습니다.
난각 가루…? 왜 주지...? 귀찮은데?! 집사만 해도 평생 칼슘 보충제 안 먹고 골밀도 검사 결과는 항상 괜찮았다… 오바 아닌가... 싶은 그런 생각도 들고 말이죠...
댕댕이 Vs. 사람, 일일 칼슘 권장량(g/day)
개(성견)의 칼슘 요구량은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개를 위한 영양 지침(NRC 2006)과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2020) 자료를 비교해 보면, 10kg 성견이 체내 칼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 성인 여성과 비슷한 양의 칼슘을 섭취해야 합니다. 참고로 개와 사람의 칼슘 흡수율을 각각 40%, 30%로 적용한 것을 고려하면, 작은 몸집의 댕댕이들에게 꽤나 많은 양의 칼슘 섭취가 필요하다는 걸 가늠할 수 있습니다.
*성견의 일일 칼슘 권장량, NRC(2006)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성인남녀(30~49세), 보건복지부(2020)
칼슘 결핍, 리드타임
보충제가 적절히 들어간 시판 사료를 먹거나 어쩌다 한두 번씩 수제 화식을 만들어 주는 거라면, 영양소 불균형과 결핍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수제 집 밥 비율이 50%를 넘어가고, 1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집 밥을 급여하고 있다면 칼슘을 포함한 다른 미네랄, 비타민이 부족하지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칼슘을 권장량의 40-50% 미만으로 먹었을 때, 성견은 1년 이상 지속 시 골연화증이 나타났고, 자견은 10주 이상 지속 시 성장 지연, 4-5개월 이상 지속 시 골이형성, 골감소증, 골연화증, 심하게는 골절로 이어진 사례들이 보고됩니다.
엄마 젖을 뗀 성장기 강아지들은 열심히 자라기 위해 성견의 1~3.3배에 달하는 영양소 함량이 필요하고, 특히 칼슘은 성견보다 3배 더 많이 필요합니다.그래서 어린 강아지들의 칼슘 결핍 증상은 더 빠르고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어요.
건강이 최고인 댕
칼슘 과잉, 거대견종 강아지는 주의를 요함
칼슘 과다 섭취의 부작용은 주로 거대견과 대형견의 강아지에게 나타납니다.
강아지의 성장 기간은 대게 소형 및 중형견 9~10개월, 대형견 11~15개월, 거대견은 24개월에 걸쳐 성장하는 패턴을 가집니다. 이 기간 동안의 강아지는 성견보다 많은 양의 칼슘이 필요하지만 자견의 안전상한선(4.5g/1000kcal ME, 자견) 이상의 칼슘 섭취는 그레이트데인처럼 거대 견종 강아지에게 골격이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성견은 장에서 칼슘 흡수를 조절하여 여분의 양을 처리할 수 있지만, 댕댕이의 건강을 위해 성견의 칼슘 안전상한선(6.25g/1000kcal ME, 성견) 이상으로 섭취하지 않도록 합니다.
*안전상한선: 영양소의 과잉 섭취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된 최대 허용량
반려견 집 밥에 칼슘은 부족할 수밖에 없어
사람과 반려견에게 단백질의 주된 재료는 뼈가 없는 근육고기입니다. 고기에는 뼈가 없으니 당연히 칼슘이 부족하고, 칼슘 대 인의 비율이 불균형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과 개의 칼슘 요구량은 다르지만, 칼슘 대 인의 권장 비율은 1~2:1로 동일합니다. 그러나 근육 고기의 칼슘 대 인의 비율은 약 0.01~0.05:1로 매우 낮고, 이를 권장 비율인 1:1과 비교할 경우, 상대적인 칼슘 결핍률이 95~99%에 달합니다.
칼슘을 보충할 식재료가 필요해
우유, 치즈, 요거트 등의 유제품과 그 외 잎채소, 두류, 곡류, 멸치, 건새우는 칼슘 함량이 높습니다. 그런데 우유로 반려견에게 필요한 칼슘을 공급하려면, 10kg 댕댕이는 600ml이 넘는 우유를 마셔야 하고, 멸치와 건새우는 반려견과 함께 먹기에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고, 잎채소는 칼슘 함량과 생체 흡수율이 낮아서 그 효율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이쯤 되면 아주 자연스럽게 칼슘만 보조할 그 무언가를 찾게 됩니다... 귀찮게만 보였던 바로 그것.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는 달걀
난각 가루
달걀 껍데기는 막을 제외하면 탄산칼슘 (CaCO3) 96%, 황 2%, 마그네슘, 인, 스트론튬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난각 가루 1g에는 약 300~380mg 칼슘이 들어 있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천연 칼슘 보충제인지...
고칼슘 식품들과 비교해 볼게요. 우유 1g에는 약1mg, 잔멸치 1g에는 약 6mg의 칼슘이 들어 있습니다. 물론 우유와 멸치에는 칼슘 말고도 다른 영양소들이 함께 있어 훌륭한 재료이지만, 근육고기의 상대적인 칼슘 결핍률을 되짚어보면(인은 이미 차고 넘쳐!) 칼슘 만을 추가할 수 있는 난각 가루는 댕집밥에 없어선 안될 보조재료입니다.
추가로 이 탄산칼슘은 FDA가 인정한 안전한 약물 및 식품 첨가물질이자, 사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칼슘 보충제 중 하나입니다. 또한 칼슘 보충 화합물들 가운데 칼슘 함량이 가장 높아요.
만드는 법
난각 가루 만드는 법은 의외로 쉽습니다. 달걀 껍데기를 물로 씻고, 70~100도 오븐에서 15분 정도 수분이 날아가도록 굽습니다. (살모넬라 60~65도에 3분 이상 노출 시 사멸) 이후 푸드 프로세서, 막자사발, 원두 그라인더 등으로 갈아주되, 너무 크거나 날카로운 파편이 없도록 곱게 갈아줍니다. 곱게 간 난각 가루는 밀폐 용기에 옮겨서 실온에서 보관합니다. (가루가 아주 많이 날리니 마스크 착용과 환기는 필수!!)
달걀 껍데기의 변신
이렇게 손수 만든 칼슘 보충제, 난각 가루는 1000kcal 식단을 만들 때 3~5g(1~1.7g Ca)씩 사용해서 부족한 칼슘을 보조하면서 칼슘 대 인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댕집밥을 만들기 전까지 이런 훌륭한 칼슘 보충제를 매번 버리고 있었다니.. 참 경제적인 재활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저 조금 번거로운 걸 제외하면, 반려인이 직접 구매한 재료로 만들어서 신뢰할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혹시 칼슘 보충제를 찾고 있었다면 달걀 껍데기를 모아 보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