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음식이 먹고 싶었다
강아지 밥그릇은 늘 반쯤 남아 있었습니다. 계량컵에 맞춘 숫자는 정확했지만, 그릇 앞에 앉아 있던 제 마음은 언제나 어긋나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리며 사료를 외면하거나, 억지로 삼킨 알갱이를 남긴 채 눈치를 보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안도보다는 묘한 죄책감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단순하지만 깊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이게 정말 밥일까.”
그 의문은 작은 실험으로 이어졌습니다. 삶은 단호박과 부드럽게 익힌 당근을 건네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료를 밀어내던 입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재료는 같았지만 형태는 달랐고, 결과는 극명했습니다. 그때 새삼 깨달았습니다. “개도, 음식이 먹고 싶었던 거였구나.”
그때부터 밥그릇 앞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하고 싶어졌습니다. 작은 의문은 글의 시작이 되었고, 숫자와 밥 사이, 마음과 글 사이에서 조금씩 길을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닭가슴살과 단호박, 당근과 브로콜리, 우리 식탁에서 떼어낸 재료들을 강아지 밥그릇에 담자 그릇은 순식간에 비워졌고, 바닥을 핥는 소리와 함께 웃음이 흘러나왔습니다. “아, 이게 진짜 밥이구나.” 그날 이후 우리 집 식탁도,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식탁의 변화는 제 마음의 방향도 바꿔놓았습니다. 강아지의 밥을 차리는 일이 새로운 삶의 도전이 되었고, 작가로서의 꿈,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갈망으로 이어졌습니다. 그저 내 강아지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밥을 넘어, 강아지 밥 앞에서의 고민과 깨달음, 그리고 웃음과 안도감까지. 반려견이 더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길, 그리고 반려인의 기억 속에 작은 추억과 미소를 더해주길. 그리고 그 무언가는 언젠가 나와 같은 마음을 느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영양소 숫자와의 싸움이었고, 말 못 하는 강아지 몸의 변화를 살피는 날들이었으며, 매일 주방에서 벌어지는 작은 전쟁이기도 했습니다. 자연식은 손이 많이 갔지만, 칼이 도마에 닿는 소리,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김, 발끝을 스치는 부드러운 꼬리를 담은 풍경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살아가는 제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밥은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존재를 존중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려견 호두와 조조는 같은 품종, 같은 나이, 같은 무게로 거울처럼 닮았지만, 밥그릇 앞에서는 전혀 다릅니다. 호두의 그릇은 언제나 조금 덜, 조조의 그릇은 언제나 조금 더. 조건은 같아도 필요는 달랐습니다. 정해진 사료 한 컵에서 벗어나, 반려견에게 맞는 한 끼를 새롭게 짜는 자유는 우리의 꿈도 눈앞의 삶에 맞춰서 혹은 새로이 자유롭게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개가 먹고 싶은 음식을 꿈꾸듯, 저 역시 하고 싶은 일을 꿈꾸며, 강아지의 밥을 차리듯 글을 차렸습니다. 밥그릇이 하루를 담아냈듯, 글 또한 하루를 옮겨 담았습니다.
이제는 그 기록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싶습니다. 사료만이 전부였던 밥그릇에 집밥이라는 선택지를 더해본 도전, 그 도전에서 비롯된 두려움과 사랑, 그리고 질문이 누군가의 식탁에도 조용히 놓이기를 바랍니다.
개는 음식이 먹고 싶었고, 저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설레는 밥그릇이 설레는 글그릇이 되었습니다. 브런치라는 그릇 위에서 그 꿈을 이어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