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몸 사이

강아지 먹는 양 이야기

by 배이비

강아지 집밥을 준비하다 보면 결국 이 질문 앞에 멈칫하게 돼요.

'얼마나 먹어야 할까?'



몸이 먼저 말해요


숫자를 세기 전에, 먼저 눈앞의 강아지를 보세요.


허리 라인이 살아있는지.

갈비뼈가 손끝에 살짝 느껴지는지.

걸을 때 배가 출렁이지는 않는지.


밥그릇 위의 g 단위보다 더 정확한 답은 이미 몸에 드러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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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호두일까? 온몸으로 '덜 먹어야 한다' 말하는 중


사료 포장지에 적힌 '체중별 권장 급여량'은 분명 참고가 됩니다.

하지만 그 표대로 따라가면 어떤 개는 살이 찌고, 어떤 개는 말라져요.

같은 무게와 나이라도, 필요로 하는 에너지 양은 전부 다르니까요.


그래서 '얼마나 먹어야 할까'의 첫 번째 기준은, 내 강아지의 몸이에요.



숫자의 기준, RER과 MER


'얼마나 먹어야 할까'를 숫자로 풀어낸 공식이 있어요.

개를 위한 펫푸드 가이드(NRC, AAFCO, FEDIAF)는 MER 기준을 제시하고

일부 화식 브랜드에서는 RER 기준을 씁니다.



RER(Resting Energy Requirement) = 70 x (체중^0.75)

살아있기 위해 필요한 최소 에너지


MER(Maintenance Energy Requirement) = 95 x (체중^0.75)

RER에 활동량, 나이, 환경까지 더한 필요 에너지


※펫푸드 가이드에서는 MER을 다양하게 제시하는데, 저는 실내견 생활을 기준으로 95 x (체중^0.75) 공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많은 사료 회사가 급여량 표를 만들 때 이런 공식들을 활용하지만,

이 숫자는 정답이 아니라 출발선이라는 점!



호두와 조조, 닮은 듯 다른 밥그릇


이 둘은 같은 품종, 같은 나이, 같은 체격인데요,

집 안에서의 하루를 보면 참 달라요.


호두는 늘어져 누워 있으려고 하고,

조조는 부지런히 움직이죠.


산책 나갈 때도 호두는 느릿느릿, 조조는 빠릿빠릿.

20250311_151145.jpg 잠시 쉬고 싶은 호두와 걷고 싶은 조조


개의 MER 연구들에 따르면, 중성화한 개들의 MER은 적게는 5%, 많게는 25%까지 줄어든다고 나타나요.

활동량의 감소와 호르몬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호두(중성화)는 MER 공식대로 주면 금세 살이 쪄서 RER에 가까운 양만 먹이고,

조조(비중성화)는 MER 가까이 먹어야 체형이 유지돼요.


울집 댕댕이 하루 에너지 요구량은 RER과 MER 근처 어딘가에 답이 있을 거예요.



건조 사료 vs 화식, 눈금의 차이


건조 사료와 화식의 에너지밀도는 각각 3~3.6kcal/g, 0.8~1.2kcal/g 정도.


같은 칼로리를 맞추려면 사료 1g이 화식 3g과 비슷한 셈이죠.

화식을 급여하면 건조 사료보다 훨-씬 많아 보이는 게 정상입니다.


20250911_132550.jpg 호두의 한끼, 사료 vs. 화식


※ 화식은 양이 많아서 포만감을 주지만, 위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하루 2-3번 나눠주기.



우리 집 댕댕이 먹는 양, 가늠해 봐요


1) 화식 100% 일 때, (시중 화식 제품 평균 1.2kcal/g로 계산)


댕댕이들 몸무게에 따라,

5kg은 200~260g

10kg은 330~445g,

15kg은 450~600g,

20kg은 550~750g,

30kg은 750~1,020g,

40kg은 930~1,260g 정도 먹을 수 있어요.


우리 강아지가 통통하다면 앞쪽 수치(RER 기준),

말랐다면 뒤쪽 수치(MER 기준, 95)에서 시작해 조금씩 조절하면 됩니다.



2) 건사료 + 화식 혼합급여 일 때,


지금 주던 사료를 기준점으로 삼으면 간단해요.


예를 들어,

원래 건조 사료 100g을 주던 댕댕이라면,


10% 혼합: 사료 90g + 화식 약 30g

20% 혼합: 사료 80g + 화식 약 60g


덜어낸 사료(g) x 3 = 화식(g)

사료는 약 3.3kcal/g, 화식은 약 1.2kcal/g 이기 때문에,

대략 3배로 맞춰주면 칼로리가 비슷해져요.


이렇게 하면 칼로리 균형은 유지하면서 화식의 기호성과 다양성을 더할 수 있고,

강아지 위에도 부담이 덜해요.


20250903_121007.jpg 집밥 is love



결국은 하루의 풍경


'얼마나 먹어야 할까'라는 질문은 숫자에서 시작하지만, 답은 결국 눈앞의 댕댕이가 알려줘요.

갈비뼈에 손끝이 닿는지, 산책 후 숨 고르는 모습은 어떤지, 밥그릇 앞에 선 눈빛은 어떤지.

그 풍경이 우리집 댕댕이 맞춤 가이드예요.


숫자는 출발선이고,

진짜 답은 함께 살아가는 하루의 모습,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20250731_181609.jpg 밥 달라고 눈빛 공격 중



다음 편에서는 시판 화식 제품을 직접 집에서 구현해서,

식재료와 가격, 그리고 노동의 무게까지 비교해 볼게요.


편리함과 비용 사이, 댕집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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