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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결 Jun 07. 2024

꾼, 천착

이끌리는 것들.

꾼, 천착


그 시절 향수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무언가를 조우했을 때, 저 스스로 주체되지 않는 감정이 북받치곤 한다.

알고리즘에 이끌려, 내 인생 가장 뜨거웠던 날들 즐겨듣던 노래가 들려왔다. 소위, 힙하고 세련된 현대 대중음악의 시선으로는 일견 촌스럽게 비칠 수도 있지만, 촌스러움은 시간에 미화되어 시간을 견뎌냈더라.

국악 연주자들과 함께 한 무대였다.

그중, ’소리꾼‘으로 소개되는 판소리.

애절하고 한 맺힌 선율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꾼‘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힌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어떤 일을 즐겨 하는, 잘하는 사람“으로 시작하여 ”낮잡아 이르는 말 혹은 비하의 의미가 내포“라는 부연 설명이 뒤따른다.

영상 속 소리꾼과 가수가 서로를 마주하며 소리를 주고받는 장면에 속절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 시절을 향한 애틋함의 발로이기도, 무대를 실컷 만끽하는 가수와 소리꾼을 향한 탄복인 것 같기도 하다.

선율이 자아낸 울림은 가수도 소리꾼도 모두 ‘꾼’이라는 접미사가 어울렸다. 무대를 즐기는 모습은 ’꾼‘이라는 단어에 어울리겠다. 먼 훗날의 나도 어떤 분야의 꾼이 되어있었으면. 설령 낮잡아 보인다 한다 해도, 내가 하는 일을 애정하고 즐길 수 있다면야.

이렇듯 막무가내로 어떤 단어에 천착되곤 한다. 그리고 동시에 느낀다. 울림을 주는 것들은 오랜 시간 자신의 세계에 천착한 결과일 것이다. 마음속 깊이 파장하는 그 감정들은 간절하게 천착해온 맺음일 것이다.

이렇게 알고리즘에 이끌려 두서없이 2시간이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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