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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결 Jun 07. 2024

본질 [本質]

시간을 견디다.

시간을 견디다.


해를 거듭할수록 자명한 진실처럼 다가오는 깨달음이 있다. 시간을 견뎌온 것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반드시. 특히나, 유행의 오고 감이 빠른 한국에선 더욱더 뼈저리게 느껴진다.


'본질'의 가치가 다른 것으로 옮겨간 것인지, 어딘가 구석으로 밀려난 것인지 판단을 흐리게 하는 정도의 유행의 위력과 속도에 압도되기 일쑤다.


시간을 견딘다는 것은 핵심과 본질을 적확히 꿰뚫었다는 말과 궤를 같이한다. 고 나는 생각한다.


'本質', 그것이 그것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것.


본질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시간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본질을 등지는 것은 매서운 분침과 시침에 떠밀려 인적 없는 시간의 가두리로 밀려난다. 본질 그 자체가 무엇인가를 성립시키는 유일한 요소이기에.


수백 년 된 베토벤의 음악이 매일같이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반면, 채 며칠도 되지 않아 플레이리스트에서 밀려나는 아이돌의 노래가 보여주듯.


어느 작가가 말했다.

'기타'를 만든다고 했던 클래식 기타 회사는 모두 망했고, '음'을 만든다고 했던 클래식 기타 회사는 모두 살아남았다.


복잡한 시대와 현상과 사물 속에서 핵심을 볼 수 있는 것은 시간을 견딜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아니, 잘못된 표현일 수도 있겠다.

시간도 애써 본질의 굳건함을 피해가는 것 아닐까.

어쩌면 본질은 시간과 싸워 견뎌온 것이 아닌, 올곧음으로 홀로 의연하게 자신만의 것을 천착해온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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